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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세기 아라가야 왕성흔적 처음 찾았다

등록 2018-06-07 15:30수정 2018-06-07 22:24

경남 함안서 대형토성과 건물터·목책 등 발견
“동시기 가야권 유적에 유례없는 규모와 축조기법”
국제회의 열 정도로 세력 떨친 가야 중심세력 실체 드러나
함안군 가야리 일대에서 확인된 5~6세기 아라가야의 대형 토성 성벽. 비슷한 시기 가야권역의 토성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함안군 가야리 일대에서 확인된 5~6세기 아라가야의 대형 토성 성벽. 비슷한 시기 가야권역의 토성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아라가야는 5~6세기 한반도 남부에서 가야 연맹국을 이루었던 여섯개의 작은 나라(가야 6국)중 하나다. 경남 함안에 근거지를 둔 것으로 추정되는 이 나라는 일본의 고대사서인 <일본서기>에 529년 백제, 신라의 낙동강 진출을 막기 위해 이 나라들과 왜국, 가야연맹과의 국제회의를 주선했다는 기록이 나올 정도로 세력을 떨쳤다. 정작, 이런 문헌상의 뚜렷한 기록들과는 달리 지금까지 고분들 말고는 뚜렷한 실체가 보이지 않았던 아라가야의 왕성터가 처음 세상에 나와 학계의 관심을 모은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달부터 함안군 가야리 289번지 일대 4200여평을 발굴조사한 결과 대규모 토성과 울타리(목책)·건물터 등 5~6세기 아라가야의 왕성터 자취를 발견했다고 7일 발표했다. 확인된 토성은 전체 높이 8.5m, 윗부분 폭은 20m~40m다. 비슷한 시기 가야권역 토성유적들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꼽힌다. 흙 쌓기 과정에서 성벽이 밀리지 않도록, 쌓기 공정이 진행되는 성벽의 주요 부분마다 나무기둥을 박고, 층층이 흙을 다져 쌓아 올리는 판축기법을 사용한 흔적이 보인다. 성벽 윗부분에는 적을 막기위한 울타리로 추정되는 두 줄의 나무기둥 흔적들도 확인됐다. 연구소 쪽은 “같은 시기 가야권역의 다른 유적에서 보이지 않는 왕성급 성벽의 축조기법과 규모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토성 안에서 확인된 울타리(일렬로 이어진 작은 동그라미 표시)와 건물터, 수혈(왼쪽 네모진 구덩이) 유적의 모습.
토성 안에서 확인된 울타리(일렬로 이어진 작은 동그라미 표시)와 건물터, 수혈(왼쪽 네모진 구덩이) 유적의 모습.
토성 안에서는 방어용 목책과 더불어 건물터, 구덩이 등이 확인된다. 건물터는 정확한 모양새와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우나, 고상건물(땅위에 기둥을 세워 건축물 바닥을 높게 올린 건물)이었을 것으로 조사단 쪽은 보고있다. 구덩이는 암반을 깨뜨리면서 파들어간 것으로 안에 부뚜막 같은 시설 흔적이 있고, 고분 등의 의례 공간에서 종종 발견되는 원통모양그릇받침(통형기대)이 나와 특수한 용도에 쓰인 시설로 파악된다. 토성을 쌓은 시기를 가늠하게 하는 기준 유물인 토기류는 손잡이가 달린 그릇(파수부완)과 붉은빛을 띤 연질토기 등의 조각들이 구덩이와 건물터 등에서 나왔다. 대체로 5세기 중반~6세기 중반의 것들이다.

발굴된 유적, 유물들은 아라가야의 토목기술과 방어체계, 생활문화를 처음 밝혀주는 고고학 자료들이다. 특히 대규모 토성의 자취는 많은 사람들을 토목공사에 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을 실증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소 쪽은 “아라가야가 가야 중심세력으로 활동했던 정치·경제적 배경을 보여주는 유적과 유물들을 다수 확보했다”면서 “<일본서기> ‘흠명기’의 544년’ ‘552년’ 기록에 등장하는 ‘안라왕(아라가야의 임금으로 보고있다)’의 거주 공간을 추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토성 유적에서 나온 5~6세기대의 아라가야 토기류 조각들.
토성 유적에서 나온 5~6세기대의 아라가야 토기류 조각들.
가야리 일대는 1587년 나온 조선시대의 읍지 <함주지(咸州誌)>와 일제강점기 출간된 <고적조사보고> 등에서 아라가야 왕궁터로 지목했던 곳이다. ‘남문외고분군’, ‘선왕고분군’, ‘신읍(臣邑)’ 등 왕궁과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지명도 다수 전해지지만, 본격적인 발굴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 공개 설명회가 11일 오후 3시 열린다. 문의 055-211-9016.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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