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룡사터 발굴 때 출토된 사리기에서 나온 진신사리 다섯과의 모습.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서 일반공개된 바 있다.
신라불교를 대표하는 큰 절이었던 경주 황룡사·감은사 옛터에서 나온 진신사리(부처와 고승의 시신을 화장한 뒤 남은 구슬, 잔돌 모양의 유골)가 국립박물관을 떠나 경주 불국사에 봉안된다.
조계종은 지난달 30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해온 황룡사터 출토 진신사리 5과와 감은사터 출토 진신사리 1과를 서울 견지동 불교중앙박물관으로 이운(옮김)했으며, 11일 오전 10시 인근 조계사 대웅전에서 사리 이운을 부처에게 고하는 고불식을 진행한다고 8일 밝혔다.
옮겨진 진신사리들은 1970~80년대 황룡사터 발굴과 66년 감은사터 서탑 조사 과정에서 각각 출토된 것들이다. 국내 진신사리들 가운데 연대가 가장 이른 성물들로 불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두 고찰의 진신사리를 옮기게 된 것은 2016년 조계종과 국립중앙박물관이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조계종은 국립중앙박물관과 지방국립박물관이 수십여년간 발굴 등을 통해 입수한 뒤 소장해온 진신사리 유물 129과를 3년간 나눠서 넘겨받기로 박물관 쪽과 약정을 맺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부여 무량사 1과와 경주 분황사 4과를 포함한 진신사리 40과가 먼저 조계종에 옮겨져 봉안됐고, 내년에 나머지 80여과를 이운할 계획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쪽은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일반 유물인 사리기(보관장치)와 달리 사리는 특별한 경배의 대상이어서 교단에 보내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활용보다 봉안을 전제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은 고불이운식을 치른 뒤 진신사리들을 두 고찰터를 관할하는 본사인 경주 불국사로 옮겨 영구봉안하기로 했다. 불국사는 10월께 경내 무설전에서 대규모 친견법회를 열어 불자들에게 진신사리를 공개할 예정이다. 절 쪽은 그뒤 진신사리들을 경내 비로전, 극락전의 국보 불상인 금동비로자나불과 아미타불의 복제상에 복장물(불상 뱃속에 넣는 예물)로 넣어 봉안할 계획이어서 문화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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