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세기의 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6성 호텔 카펠라는 독특한 디자인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관광업계에선 ‘호텔 최고 등급이 별 6개라는 게 아깝다’는 칭찬이 나올 정도로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꼽히는데, 여기엔 2009년 이 건물을 리모델링한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83)의 공이 크다.
본래 카펠라 호텔 건물은 영국이 1880년대 당시 식민지였던 싱가포르의 남쪽 섬 센토사에 지은 영국군 휴양시설이었다. 카펠라 호텔 리모델링을 의뢰받은 노먼 포스터는 건물의 역사성과 건물이 자리잡은 언덕배기의 굴곡진 지형, 아열대기후의 풍토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설계의 모티브로 ‘복원과 개입’이라는 주제를 잡았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나눈 흰색 석조 건물은 본래 이 자리에 있던 ‘타나 메라(Tanah Merah) 건물’을 손본 것인데, 타나 메라는 싱가포르 공용어인 말레이어로 ‘붉은 흙’을 의미하며 싱가포르 동쪽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타나 메라는 이 지역의 콜러니얼 스타일(식민지 양식·유럽인들이 자기들의 건축 양식을 본따 식민지에 지은 것으로 재료·기술수준·생활상의 차이가 반영돼 있다)로 지어진 건물의 붉은 테라코타 지붕 색깔로 표현돼 있다.
노먼 포스터는 기존 건물의 비례와 햇볕을 차단하는 장치, 색채 등을 존중하면서 열대의 조수 보호구역 내에 새로운 객실과 빌라를 추가했다. 센토사는 습도가 높고 강수량이 많은 지역으로, 건축가는 지붕이 있는 복도를 덧붙여 비를 막을 수 있도록 했고, 컬로니얼 스타일 건물에 자주 나타나는 열주 회랑과도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브리즈 솔레이(햇볕을 가리기 위해 건물 창에 댄 차양)의 재료와 색채는 이 지역 흙의 톤과 맞춰 통일감을 줬다.
호텔은 기존 건물의 정원을 휘감는 기존 건물의 형태를 확장시켰으며 건축가는 기존 대지의 지형을 따라 새로운 건물을 배치했다. 호텔 주변엔 5000여그루의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이 나무들은 이번에 북미회담 개최지로 꼽힌 장점인 ‘안전’과 ‘보안’에도 톡톡히 역할을 다했다.
탄환 같은 독특한 모양으로 런던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세인트 매리 액스’ 건물, 뉴욕의 허스트 타워, 베를린의 독일 새 국회의사당, 홍콩의 홍콩상하이 은행본부, 홍콩 국제공항 등 세계의 유명한 건물을 설계한 노먼 포스터는 1999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그의 건물들은 첨단 기술을 통해 공기의 흐름, 에너지 등의 환경 문제 해결을 모색한 것으로 유명하다. “기술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환경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하는 노먼 포스터는 “나는 공적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환경보호적으로 반응하는 건축을 탐색한다”고 말한다. “지속가능한 건축을 막는 기술적 장벽은 없다. 있다면 정치적 의지라는 장벽이 있을 뿐이다.”
글 이주현 기자, 사진 노먼 포스터 누리집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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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세기의 담판’ 6·12 북-미 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