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까지 복원 전체 공정을 사실상 마무리한 익산 미륵사터 석탑. 복원된 탑의 동북쪽 측면에서 최근 찍은 모습이다. 이제 닫집을 걷고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는 일만 남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20년. 동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이 석탑을 수리해 다시 세우는데 걸린 시간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일 오전 11시 전북 익산시 금마면 미륵사터 서석탑 복원 현장에서 지난 20년간의 ‘보수정비사업’ 최종 성과와 수리가 끝난 탑의 모습을 언론에 내보이는 설명회를 연다.
미륵사터 석탑(국보 11호)은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에 현존하는 가장 큰 규모의 고대 석탑이다. 백제 목조건축의 기법이 돌 구조에 반영된 독특한 양식을 지녔다. 조선시대 이후 절반 정도가 허물어진 상태로 6층 일부까지 남아 있었는데, 1915년 일본인들이 붕괴된 부분에 콘크리트를 덧씌워 보강한 채로 약 90년을 버텨왔다.
1998년 구조안전진단 결과, 콘크리트의 노후화 및 구조적 불안정성에 대한 지적이 나와 1999년 문화재위원회에서 석탑의 해체수리가 결정된다. 이에 따라 2001년부터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석탑의 본격적인 해체·발굴조사를 시작했다. 특히 2009년에는 석탑 1층 첫 번째 심주석 구멍에서 백제 무왕 때인 639년에 조정 대신 사택적덕의 딸(무왕의 왕후)이 발원해 탑을 건립했다는 발원문과 사리(부처나 고승의 유골)를 봉안한 용기인 화려한 장식의 금속제 사리장엄구가 발견돼 국민적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연구소는 수리 기간 내내 다양한 학술·기술 연구, 구조보강 및 보존처리 작업 등을 벌였고, 2017년 12월 원래 남은 6층까지 모든 공정의 복원 조립 작업을 끝냈다.
수리 복원된 석탑의 서쪽 경사면. 일제가 보강한 콘크리트를 떼어내고 익산에서 캐낸 돌부재를 새로 쌓았다. 허물어진 채 남은 사면의 윤곽을 거의 그대로 보존했다.
안전진단 기간까지 모두 20년이 걸린 미륵사터 석탑 보수정비 사업은 국내 단일 문화재 보존수리 공정으로는 최장기간 기록을 세웠다. 연구소 쪽은 “국제적 기준에 따라 조사 및 수리 과정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점에서 국내 석조문화재 수리의 선도적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원래 부재를 최대한 재사용해 문화재 진정성을 확보하고 과학적 연구를 통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마무리 작업중인 미륵사터 석탑. 올해 2월 촬영한 모습이다.
해체수리 공사 전 찍은 미륵사터 서석탑의 모습. 1915년 일제가 콘크리트로 보강한 서쪽 경사면의 모습이 보인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석탑 수리현장은 7월 중순까지 공개될 예정이다. 7월 말부터는 탑을 에워싼 닫집 등 가설구조물의 철거작업에 들어간다. 주변 정비까지 끝나는 12월에는 복원된 석탑의 온전한 모습이 바깥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내년 3월 석탑 수리 준공식을 열고, 5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수리보고서를 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사업을 끝마치게 된다고 밝혔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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