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뮤지컬 <플래시댄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제공
여름마다 대구는 아스팔트도 녹일 것 같은 무더위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가 된다. 그러나 한여름의 길목에 들어설 때마다 ‘대프리카’로 가야할 이유가 있다. 아시아 최대 뮤지컬축제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이 22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18일간 대구 시내 주요 공연장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 공식 초청작은 모두 8편으로, 외국에서 인기 있는 뮤지컬이 국내 초연된다. 비행기값 들이지 않고 세계 뮤지컬 트렌드를 훑어볼 수 있는 기회다.
먼저 체코 뮤지컬 <메피스토>(22~24일)가 개막작으로 문을 연다.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 속 악마인 메피스토를 제목에 담은 이 작품은 2016년 초연된 현지 대표 뮤지컬이다. 원작이 철학적이어서 어렵고 무겁다면 뮤지컬은 밝고 경쾌한 음악으로 풀어낸 게 특징이다. 동유럽권 뮤지컬에서 만나기 힘든 군무를 화려한 무대전환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영화로 익숙한 작품을 뮤지컬로 보는 재미도 있다. 프랑스 샹송 가수인 에디트 피아프의 격정적 삶을 다룬 프랑스 뮤지컬 <아이 러브 피아프>(26일~7월1일)는 ‘난 후회하지 않아’ ‘장밋빛 인생’ 등 피아프의 명곡을 전자기타와 아코디언으로 색다르게 해석해 보여준다. 폐막작인 영국 뮤지컬 <플래시 댄스>(7월4~7일)도 향수가 짙은 작품. 1983년에 개봉했던 영화에서 댄서인 알렉스가 의자에 드러누워 물세례를 받는 장면은 잊히지 않는 명장면 중 하나다. 영국 유명 댄스오디션 프로그램인 <댄싱 위드 더 스타> 우승자와 인기 보이밴드 에이원(A1)의 멤버 벤 에덤스가 주연을 맡았다. 당시 빌보드차트를 점령했던 ‘왓 어 필링’ ‘글로리아’ 등도 귀호강 시켜준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1인 뮤지컬도 만날 수 있다. 대만 뮤지컬 <맨투밋>(7월6~8일)은 이 나라의 인기 배우 첸핑린이 90분간 6가지 역할을 소화하며 팔색조 매력을 뽐낸다. 서른 중반을 향해가는 변호사 르네가 나이와 결혼의 압박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딤프 홍보대사인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꼽은 기대작이다. 대만에서 20~30대 여성들의 호응이 뜨거웠던 작품이다.
이외에 원작의 발코니 신을 트램펄린을 이용해 재해석한 러시아의 <로미오와 줄리엣>(29일~7월1일), 중국의 유명 연출가인 리보난의 연극을 각색한 뮤지컬 <미스터 앤 미시즈 싱글>(7월6~8일), 쉽게 접하기 힘든 카자흐스탄 뮤지컬 <소녀 지벡>(7월7~8일), 지난해 딤프 창작지원뮤지컬상을 수상해 1년간 제작과정을 거친 한국 작품 <피아노포르테>(22~24일)도 놓치면 아깝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는 “딤프는 서울에서도 볼 수 없는 파격적이고 색다른 작품을 볼 수 있어 관객뿐 아니라 뮤지컬 배우, 제작자 등도 세계 뮤지컬 흐름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추천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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