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장미동 옛 군산세관 본관 정면. 1908년 건립된 적벽돌 외벽의 좌우 대칭형 건축물이다. 가운데 정문 위쪽에 아치형 구조물과 삼각형 박공 구조물이 잇따라 겹쳐있다. 건물 양쪽 끝도 박공 지붕이고 세개의 뾰족한 소탑이 지붕 위로 솟아 장식적이면서도 단단하게 틀 잡힌 느낌을 준다.
110년 전 대한제국 시절 군산항에 건립돼 일제의 쌀수탈과 항구의 변천사를 지켜본 옛 군산세관 본관이 국가사적이 된다.
문화재청은 22일 전북 군산시 장미동 옛 군산세관 본관을 사적으로 지정예고했다. 또 군산의 다른 근대건축물인 옛 법원관사와 옛 조선운송주식회사 사택, 빈해원, 옛 남조선전기주식회사 지점은 경북 왜관성당과 함께 근대문화재 등록을 예고했다.
군산시 금동에 있는 옛 조선운송주식회사 사택. 일제강점기 이땅에 지어졌던 근대 일본식 저택의 외양과 얼개를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군산 장미동에 있는 중국음식점 빈해원의 내부 모습. 1965년 화교 업주가 지은 것으로 건립 당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1, 2층 가운데를 한공간으로 틔우고 양쪽에 층별로 회랑과 별실을 둔 특유의 얼개를 보여준다.
1908년 대한제국 정부가 세운 옛 군산세관은 옛 서울역사(1925년), 한국은행 본관(1912년)과 더불어 20세기초 국내 도입된 서양식 건축양식과 기법을 잘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이름을 모르는 독일인이 설계했다고 전해지며, 서구에서 수입한 적벽돌로 외벽을 쌓고 동판으로 지붕을 인 고딕·로마네스크 양식을 띠고 있다. 일제 강점기 군산항을 통한 쌀 수탈의 역사를 간직한 건축유산으로 1994년 전라북도 기념물로 지정됐다. 건립 당시엔 감시계 청사, 망루 등 주위에 여러 시설물들이 있었으나, 현재는 본관과 창고만 남은 채 호남관세박물관으로 공개되고 있다.
1966년 지어진 왜관성당은 60~70년대 국내에서 180곳 넘는 성당건축물들을 설계한 독일인 신부 알빈 슈미트(1904∼1978)의 작품이다. 고딕, 로마네스크 등 서구의 전통 건축양식에 얽매여있던 국내 상당수 성당건물들과 달리 부드러운 곡면과 직선의 대비가 돋보이는 모더니즘 스타일을 적극 받아들였다는 점이 평가된다.
1966년 독일인 신부 알빈 슈미트가 모더니즘 스타일로 설계해 지은 경북 칠곡 왜관성당 정면. 선교사로 한국에 왔던 알빈 슈미트는 1960~70년대 180여개소의 국내 성당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산 옛 조선운송주식회사 사택은 1932년 개인 주택으로 지어졌다가 유통업 관련 회사가 사들여 활용했던 건물이다. 근대 일본식 목조기와 주택으로 전면과 측면에 마루복도를 두르고 유리창문들을 일일이 덮어 마감한 얼개를 갖고있다. 1940년 세워진 군산 옛 법원관사는 일본식과 서양식 건축기법이 융합된 2층 건물의 내외부 원형이 잘 남아있고, 1935년 지어진 옛 남조선전기주식회사 군산 지점은 장식을 배제하고 유선형 윤곽선을 강조했다. 당대 지방에서는 보기드문 모더니즘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주는 건물이다. 1965년 건립된 빈해원은 군산시 장미동에 있는 중국 화교 음식점으로, 1, 2층 공간이 뚫려있는 화교식 주거공간 특유의 얼개를 유지해왔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인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과 등록여부를 확정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