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을 이루는 만호동, 유달동 일대 옛 도심의 근대건축물들.
지난 19~20세기 근대의 분위기가 남아있는 거리나 건물들 사이의 공간 영역도 앞으로 등록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25일 근대문화유산의 효과적인 보존 활용을 위해 ‘선(線)’과 ‘면(面)’ 단위의 문화재 등록 제도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첫 사례로 전북 군산 근대항만역사문화공간과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경북 영주 근대역사문화거리를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2001년부터 시행되어온 등록문화재 제도는 국보, 보물 등의 국가지정문화재와 달리 건립, 제작 시점이 대개 100년에서 50년 사이로 오래되지 않았지만, 보존·활용가치가 있는 근대유산들을 주된 대상으로 삼아 등록, 관리하는 것이 뼈대다. 문화재청이 새로 도입한 선, 면 단위의 등록 제도는 등록문화재 선정 과정에서 기준을 크게 넓힌다는 의미가 있다. 건물과 문헌 같은 점 단위 실물 외에 훨씬 범위가 넓고 포괄적인 선, 면 단위의 거리와 도시 공간도 등록 대상에 포함됐다. 도시가로, 항구 등에 남아있는 근대적 경관 상태의 보존이 좀더 용이해지게 된 셈이다.
이번에 문화재로 등록예고한 군산, 목포, 영주의 근대역사문화공간 3곳은 선, 면 단위의 근대 경관 개념에 가장 잘 부합되는 유산들이라고 할 수 있다. 군산 근대항만역사문화공간의 경우 군산 장미동 일원의 4만6천여평(15만2476㎡)터에 뜬다리 부두시설(잔교)과 호안 석축, 철도, 제분창고, 화학약품 저장탱크 등이 흩어져있는 영역이다. 1899년 대한제국 개항 뒤 초기 군산항 모습부터 일제강점기 경제 수탈사와 해방 뒤 산업화 시기를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여러 시설과 흔적들이 잘 남아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군산 근대항만역사문화공간에 포함된 군산항의 뜬다리 부두(잔교).
목포 시내 만호동, 유달동 일대 3만4000여평(114,038㎡)에 펼쳐진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은 1897년 개항 뒤 격자형 도로망이 닦이면서 근대적 계획도시로 변모해 가는 과정과 당시 생활상 등을 엿볼 수 있는 옛 중심지역. 조선 시대 목포의 시작을 알리는 ‘목포진지’를 비롯해 ‘구 목포 일본영사관’,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옛 목포공립심상소학교’ 등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근대건축 유산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영주시 두서길과 광복로 일원에 있는 근대역사문화거리는 20세기초 영주의 형성과 발전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핵심 공간이다. 영주역 건립 당시 배후에 만든 철도관사를 비롯해 정미소, 이발관, 근대한옥, 교회 등 지역의 근대생활사 자취들을 잘 간직해 역사거리로서 보존과 활용 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영주 근대역사문화거리의 주요 건물들. 근대한옥(맨 위)과 풍국정미소 내부, 제일교회의 모습이다.
등록 예고된 세 지역의 공간들은 30일간의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등록 여부가 확정된다. 문화재청 쪽은 “지역 근대공간들이 등록문화재가 되면,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된 시범사업 등으로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 등록예고된 세 곳 안의 건축물·시설물 상당수도 역사적 가치가 인정돼 별도로 문화재등록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