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에는 진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등장한다. 신시컴퍼니 제공
공연에서 담배는 캐릭터를 설명하거나 극의 리얼리티를 살릴 때 종종 쓰이는 소품이다. 그러나 연출 방식은 제각각이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연극 <창문 밖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등장인물들이 담배를 손에 들거나 입에 물지만 불을 붙여 피우진 않는다. ‘느낌’만 살린다.
연기가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장면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할까? 지난달 막을 내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선 빌리의 발레 지도교사인 윌킨슨 부인이 ‘골초’로 설정돼 담배 피우는 모습이 등장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12살 관람가였기 때문에 배우들은 진짜 담배 대신 진해거담제를 피웠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미인>에서도 담배가 등장한다. <미인>은 신중현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로, 극 중 ‘꽁초’라는 노래가 흘러나올 때 배우들이 도박장의 느낌을 살리려 일제히 담배를 입에 문다. “성냥불을 당겨서 담배를 붙여 물고/ 이 궁리 저 궁리 천장을 바라보고/ 찾아서 가볼까 여기서 기다릴까/ 아이고 뜨거워 놀래라 꽁초에 손을 뎄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와 빨갛게 점등하는 담뱃불이 노래와 잘 어울리는 이 장면의 담배도 대체품이다. <미인> 관계자는 “인체에 해롭지 않은 비타민 스틱형 전자담배로 (극중 배경인) 1930년대 시대적 상황과 노래 분위기에 맞춰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드물게는 진짜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지난 20일 뮤지컬 <시카고> 공연 도중 공연장 앞자리에 앉은 관객 몇몇이 콜록콜록 기침을 하더니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배우들이 연기하며 피운 담배 냄새가 객석으로 퍼졌기 때문이다. 중학생 관람가인 뮤지컬 <시카고>는 남자 무용수 3명이 담배를 피우며 춤을 추는 장면이 등장한다. 14년간 공연되며 입소문이 많이 난 작품이지만 아직도 이 담배 피우는 장면에 놀라는 이들이 많다. “내가 실제 오리지널 <시카고>를 안 봐서 잘 몰랐는데 배우분들 진짜 무대에서 담배 피셨어ㅋㅋㅋ.”(아이디 mim****) “담배 냄새 싫으신 분 앞자리 피하세요.”(아이디 hey***)
<시카고> 관계자는 “라이선스로 들여온 작품 계약상 장면의 분위기를 위해 진짜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서 “담배 냄새도 중요한지 특정 브랜드의 담배가 지정돼 있어 그것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는 “객석 300석 이상의 공연장은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1200여석의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시카고>는 엄밀히 따지면 금연법 위반이다. 공연업계 관계자들은 “예술적 표현이므로 금지하기보다는 화재에 주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관객들 역시 예술적 표현이라는 점은 인정하나, 임산부 등을 위한 사전공지 같은 배려가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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