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 통도사의 금강계단과 대웅전 모습. 국내 삼보사찰중 하나로 지난 30일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된 ‘산사, 한국의 승원’에 포함되어 있다. 금강계단은 부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성소다.
1400년 전부터 한반도 불교의 거점으로 이땅 곳곳의 산 속에 자리잡아 수행과 신앙의례를 지속해온 산사 고찰 7곳이 한국의 13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지난 30일 오후(한국시각) 바레인에서 회의를 열어, 지난해 한국이 신청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7곳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확정했다. 등재목록에 오른 산사는 경남 양산 통도사, 경북 영주 부석사, 충북 보은 법주사, 전남 해남, 대흥사, 경북 안동 봉정사, 충남 공주 마곡사, 전남 순천 선암사다. 모두 7~9세기 산속에 세워져 지금까지 법맥이 이어져온 절들이다.
국내 문화유산이 세계유산 목록에 새로 추가된 것은 2015년 충남 공주·부여와 전북 익산의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등재된 뒤로 3년만이다. 앞서 한국은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처음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이래 창덕궁·수원 화성(1997년), 경주역사유적지구·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2000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년), 조선왕릉(2009년), 하회·양동 역사마을(2010년), 남한산성(2014년) 등을 잇따라 등재목록에 올렸으며, 산사 7곳과 백제역사유적지구까지 포함해 모두 13건의 세계유산들을 갖게 됐다.
문화재청은 “세계유산위원회가 국내 산사 7곳에 대해 7~9세기 창건 이후 현재까지 신앙·수도·생활의 기능을 지속해온 승원으로서 한국 불교의 깊은 역사성을 지녔으며, 등재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기준(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에 해당한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전했다. 세계유산위는 아울러 산사의 종합정비 계획과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경내 건물 등에 대한 관리방안, 등재 뒤 관광객 대책 등을 마련하고, 건물을 신축할 경우 세계유산센터와 협의할 것도 권고했다.
‘산사…’의 세계유산등재 사업은 2011년 국가브랜드위원회가 기본안을 세우면서 시작됐다. 2013년 기본조사를 거쳐 7개 사찰이 잠정목록에 올랐고, 그 이듬해 정부와 불교종단, 전문가들이 등재추진위원회를 꾸렸다. 정부는 2017년 1월 유네스코에 산사 7곳의 등재신청서를 냈으며, 1년여 동안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의 현장실사가 이어졌다. 이코모스는 지난 5월 7개 산사 중 통도사, 부석사, 법주사, 대흥사만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해 등재를 권고했고, 다른 3개 절은 연속유산으로서의 역사적 중요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고, 봉정사의 경우 다른 사찰보다 규모가 작다는 등의 이유로 보류 판정을 내려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문화재청과 외교부 등이 꾸린 한국 대표단은 세계유산위원회 개최를 전후해 7개 산사 전체의 등재를 위해 위원국들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벌였다. 문화재청은 “30일 회의에서 위원국인 중국이 신청한 7개 산사 전체 등재를 제안해 21개 위원국 중 17개국이 공동 서명했고, 20개국의 지지발언도 이어지면서 등재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