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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거장 김환기 화백이 그때 이곳에 있었다

등록 2018-08-06 05:00수정 2018-08-06 09:47

거장 김환기 세상 떠난 직후 뉴욕 작업실 사진들 첫 공개
사위였던 작고작가 윤형근이 75년 1월 찍은 사진들 발굴
국립현대미술관 윤형근 회고전 맞아 사진과 편지 등 공개
1975년 1월 사위 윤형근이 찍은 김환기의 미국 뉴욕 아틀리에 모습. 흰 벽에 흰 페인트로 칠한 가구에 책과 서류가 쌓여있고, 현악기로 보이는 악기 케이스를 세워놓은 모습도 보인다.
1975년 1월 사위 윤형근이 찍은 김환기의 미국 뉴욕 아틀리에 모습. 흰 벽에 흰 페인트로 칠한 가구에 책과 서류가 쌓여있고, 현악기로 보이는 악기 케이스를 세워놓은 모습도 보인다.
44년전 거장의 숨결은 사라졌지만 그의 아틀리에(작업실)는 쓸쓸하지 않았다. 창가엔 고양이가 노닐고 벽장과 바닥엔 물감통과 화구, 점화 작품들이 가득 널려 있었다.

현재 국내에서 작품값이 가장 비싼 화가로 꼽히는 거장 김환기(1913~1974). 그가 1974년 미국 뉴욕에서 세상을 뜬 직후 현지 작업실의 생생한 자취를 찍은 당시 사진들이 처음 세상에 나왔다. 그의 사위이자 제자였던 화가 윤형근(1928~2007)이 별세 이듬해 초에 촬영한 미공개 사진들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3일 개막한 단색조 회화 작가 윤형근의 회고전을 맞아 그동안 전시를 준비하며 발굴한 그의 아카이브 자료들 가운데 노년의 김환기와 관련된 사진과 엽서 등을 <한겨레>에 내보였다.

윤형근이 찍은 김환기의 아틀리에 사진을 확대한 모습.
윤형근이 찍은 김환기의 아틀리에 사진을 확대한 모습.
윤형근이 장인 김환기의 아틀리에를 찍은 사진 뒷면에 꼼꼼하게 적은 현장 메모글. 고인을 ‘아버지’라고호칭하면서 작업실 평면도와 기물 배치 등을 꼼꼼하게 적어놓았다.
윤형근이 장인 김환기의 아틀리에를 찍은 사진 뒷면에 꼼꼼하게 적은 현장 메모글. 고인을 ‘아버지’라고호칭하면서 작업실 평면도와 기물 배치 등을 꼼꼼하게 적어놓았다.
사진들은 1975년 1월 윤형근이 뉴욕 센트럴파크 부근의 73번가에 자리한 김환기의 작업실을 찾아가 내부 곳곳을 찍은 10여점을 비롯해, 당시 조성한 김환기의 무덤과 그 앞에서 찍은 김환기의 부인 김향안의 모습을 담은 컷들을 포함하고 있다. 미술관 쪽은 또 김환기가 1970년 <한국일보>가 주최한 1회 한국미술대상전에서 점화 대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로 대상을 수상한 뒤 사위 윤 작가와 딸 영숙씨 내외에게 보낸 편지와 눈을 감기 보름 전인 1974년 7월 10일 병상에서 윤 작가에게 보낸 마지막 엽서 등도 함께 내놓았다.

작업실을 담은 사진들을 보면, 화구통과 현악기를 담은 케이스, 각종 서류 등이 흰 페인트로 칠한 벽쪽 장에 정연하게 놓여있고 다른 쪽에는 점화 근작들이 가득 쌓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또 다른 사진에는 반려동물인 고양이가 여전히 작업실을 어슬렁거리며 창가에 웅크린 장면도 스냅사진을 찍듯 포착했다. 화가의 체취가 전해지는 이 풍경들 사진 뒷면에는 윤 작가가 김환기를 ‘아버지’라고 호칭하면서 꼼꼼하게 적은 현장 상황에 대한 설명이 적혔다. 회고전 전시장에는 이 사진들 가운데 화구들과 물감통이 놓여진 작업실 사진 한점만 공개되고 있다.

김환기가 타계 보름 전인 1974년 7월10일 사위 윤형근과 딸 영숙씨 내외에게 보낸 마지막 엽서. 그가 고국에 남긴 최후의 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와병했음에도 3년을 견디다 결국 병원에 들어왔다는 사연과 함께 ‘휴양하는 것도 같고 고문을 당하는 것도 같고…’‘내일 척수를 수술하면 언제 퇴원할지 모르겠다’는 등의 심란한 소회를 적어놓은 대목이 눈에 띈다.
김환기가 타계 보름 전인 1974년 7월10일 사위 윤형근과 딸 영숙씨 내외에게 보낸 마지막 엽서. 그가 고국에 남긴 최후의 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와병했음에도 3년을 견디다 결국 병원에 들어왔다는 사연과 함께 ‘휴양하는 것도 같고 고문을 당하는 것도 같고…’‘내일 척수를 수술하면 언제 퇴원할지 모르겠다’는 등의 심란한 소회를 적어놓은 대목이 눈에 띈다.
김환기가 보낸 마지막 엽서의 앞면. 입원한 병원의 전경사진이 인쇄되어있는데, 자신이 입원한 병실을 ‘내가 있는 방’이라고 직접 써서 가리킨 부분이 인상적이다.
김환기가 보낸 마지막 엽서의 앞면. 입원한 병원의 전경사진이 인쇄되어있는데, 자신이 입원한 병실을 ‘내가 있는 방’이라고 직접 써서 가리킨 부분이 인상적이다.
1975년 1월 윤형근이 장모인 김향안(김환기 부인)과 고인의 묘 앞에서 찍은 사진.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1975년 1월 윤형근이 장모인 김향안(김환기 부인)과 고인의 묘 앞에서 찍은 사진.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김환기가 세상을 떠나기 보름 전 미국 뉴욕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윤형근에게 보낸 마지막 엽서의 구성과 내용도 눈길을 끈다. 고인은 엽서에서 이미 병이 났는데도 3년을 견디며 작업하다 결국 병원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밝혀 놓았다. “휴양하는 것도 같고 고문당하는 것도 같고…아무 생각이 안난다”며 힘든 심경을 절절히 털어놓은 대목도 보인다. 엽서는 그가 입원한 병원에서 만든 것으로 앞면에 인쇄된 병원 전경 사진에 김환기가 펜으로 자신이 입원한 병실을 화살표로 표기한 부분도 보여 고인의 꼼꼼한 성품을 짐작케 한다. 사진과 자료들을 발굴한 김인혜 연구사는 “1963년 미국으로 간 김환기가 70년대 최후까지 작업했던 뉴욕 73번가 작업실은 내부를 담은 구체적인 현장 사진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며 “윤형근이 찍은 작업실 사진은 거장의 삶을 복원할 소중한 사료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윤형근이 찍은 김환기의 뉴욕 작업실 일부. 타계 직전까지 고인이 작업했던 점화 작품들이 켜켜이 쌓여있는 모습이다.
윤형근이 찍은 김환기의 뉴욕 작업실 일부. 타계 직전까지 고인이 작업했던 점화 작품들이 켜켜이 쌓여있는 모습이다.

1970년 한국일보 주최 한국미술대상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김환기가 사위 윤형근과 딸 영숙씨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분. 김환기는 편지에서 ‘열 여섯시간을 서서 일을 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소회를 적어내려갔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그 점을 찍는 일을 하고 있다. 오만가지 죽어간 사람, 살아있는 사람, 흐르는 강, 내가 오르는 산, 돌, 풀포기, 꽃잎-점으로 오만가지를 생각하며 알 수 있는 내일을 생각하며 점을 찍어간다…예술이란 절정이 없는 산이로라…’
1970년 한국일보 주최 한국미술대상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김환기가 사위 윤형근과 딸 영숙씨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분. 김환기는 편지에서 ‘열 여섯시간을 서서 일을 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소회를 적어내려갔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그 점을 찍는 일을 하고 있다. 오만가지 죽어간 사람, 살아있는 사람, 흐르는 강, 내가 오르는 산, 돌, 풀포기, 꽃잎-점으로 오만가지를 생각하며 알 수 있는 내일을 생각하며 점을 찍어간다…예술이란 절정이 없는 산이로라…’

김환기의 화실 창가에 웅크리고 앉은 고양이.
김환기의 화실 창가에 웅크리고 앉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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