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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말 걸면서 셔터 누르니 사진에서 이야기가 두런두런

등록 2018-08-06 18:50수정 2018-08-06 19:09

한겨레포토워크숍 제29기 심사평
참가자 전체 수준 상향 평준화
“사진 찍기보다 심사 더 어려워”

최우수상, 프레임 속에 이야기 근거 담고
간결한 구도, 피사체에 대한 명확한 인식

우수상, 가는 곳마다 핵심을 포착한 능력
전체를 아우르는 맥락 부족... 아쉬움

수상권 밖 참가자들, 고민 흔적 보여 좋고
피사체에 한 걸음만 더 다가서면 좋을 것
사진에 마음 담는 노력 묻어있어 희망적
최우수작, 안동훈 <대인동 야시장>
최우수작, 안동훈 <대인동 야시장>
최우수작, 안동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최우수작, 안동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최우수작, 안동훈 <대인동 야시장>
최우수작, 안동훈 <대인동 야시장>
한겨레 웹진 <사진마을>이 진행하는 한겨레포토워크숍의 29번째 사진여행이 지난달 7일부터 8일까지 1박2일에 걸쳐 광주광역시 일원에서 열렸다. 서울에서 온 참가자 이외에도 목포, 춘천, 진도, 안양, 남양주, 전주,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모두 23명이 참가하여 성황을 이룬 이번 워크숍의 강사는 임재천 작가와 한겨레 곽윤섭 선임기자였으며 일행과 함께 일정을 소화했다. 첫날 5.18자유공원, 양림동역사문화마을, 대인예술시장에서 촬영을 마치고 시장 안에 마련된 상인회 교육장에서 열띤 사진리뷰시간을 가졌다. 이날 리뷰는 임 작가와 곽 기자가 담당했으며 부산외국어대학교 이광수 교수가 특별 옵저버로 자리를 함께 했다. 참가자들의 사진 발표와 리뷰를 지켜본 이 교수는 “사진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특정 장소에 가서 무엇을 말할 것인지 즉 주제를 먼저 정하고, 그 주제를 전하기 위해 어떤 장면들을 채집할 것인지를 구상하고 찍는 것이다. 그래야 더 좋은 리뷰를 받을 수 있다. 그 위에서 사진으로 말하고, 사진으로 소통하여 궁극적으로 사진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사진작가가 되려는 사람들만의 모임이 아닌 카메라를 들고 전국 각지를 방문하고, 구경하고, 주민들과 만나며 그 느낌과 의미를 담아내려는 한겨레포토워크숍은 참 좋은 프로그램이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최종 제출한 포트폴리오를 심사한 결과로 안동훈씨의 작품을 최우수상으로, 안영진씨의 작품을 우수상으로 결정했다.

이번 참가자들이 제출한 사진들을 보면서 든 첫 생각은 수준이 대단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심사를 하기가 불편한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함께 심사를 맡은 임재천 작가는 오죽했으면 “솔직히 말해서 사진 찍는 것보다 심사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 아닌 모양이다. 앞으로는 가급적 심사나 리뷰는 삼가야하겠다”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한 장씩만 놓고 봐서는 기성 작가가 찍은 것과 구분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반듯하고 뛰어난 사진들이 많기 때문이다. 임재천 작가는 “한 장만 놓고 보면 대단히 우수한 작품이 많은데 포트폴리오 심사라서 전체를 볼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안동훈씨의 최우수작 ‘무엇을 하다가 무엇을 남기랴’에 대해 임재천 작가는 “간결한 구도와 피사체에 대한 명확한 인식에 더해 사진마다 담긴 이야기가 오롯이 드러나는 좋은 사진 구성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평하며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제출한 사진 9장 중에서 2장은 안동훈씨가 직접 대화를 건네면서 찍었고 그 이야기가 바로 사진에 노출되진 않지만 사연을 짐작할 순 있다. 6장에선 찍힌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우리는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사진 속에서 이야길 나누는 사람들 주변에 같이 찍힌 배경이나 전경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들의 이야길 읽어낼 수 있다. 마지막 1장은 대화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어떤 여성이 휴대폰으로 벽에 걸린 어떤 작품과 소통하고 있다. 이것이 대화이며 이야기의 원천이다. 역시 프레임 속에 같이 찍힌 것이 이야기를 거들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안동훈씨가 제출한 9장이 모두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다.

우수상으로 뽑힌 안영진씨의 작품은 엄청난 눈썰미로 1박2일의 거의 모든 일정을 빠짐없이 기록해낸 결과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계적으로 정확한 사진들이다. 가는 곳마다 그곳의 핵심을 포착하였는데 시간의 제약이 따랐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맥락 같은 것을 짚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따라붙었다. 임재천 작가는 수상권에 포함되지 못한 참가자 중 몇 명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김성훈씨에 대해 “전체 사진의 흐름과 연결이 다소 느슨하지만 모든 사진마다 생각하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히 보여 이후 작업들이 기대된다”라고 했고 김종민씨에 대해 “피사체에 한 걸음만 더 다가서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더욱 더 좋은 사진을 기대할만하다”라고 했다. 물리적으로 가까이 가라는 뜻도 있지만 대상과 대화를 시도하거나 이야기를 청취하라는 주문으로 보인다. 임 작가는 김하영씨에 대해 “카메라나 렌즈를 다루는 것조차 서툰 수준이지만 좀 더 경험을 쌓으면 좋은 사진을 촬영한 여지가 넘친다. 이미 사진에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이나마 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우수작, 안영진 <송정역 시장>
우수작, 안영진 <송정역 시장>

임재천 작가 추천작, 김준식 <양림동역사문화마을>
임재천 작가 추천작, 김준식 <양림동역사문화마을>

한겨레포토워크숍 참가자들이 지난 달 7일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평화로에 자리한 5.18 자유공원을 방문하여 촬영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성훈
한겨레포토워크숍 참가자들이 지난 달 7일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평화로에 자리한 5.18 자유공원을 방문하여 촬영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성훈

[제29기 한겨레포토워크숍 수상소감]

최우수상 안동훈씨
안동훈
안동훈

사진 속 배경은 역사의 장소
광주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돼

감사합니다. 솔직히 기대하지 않고 사진을 제출한 것인데, 수상소감을 쓰라고 하니 한편으로 기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저보다 열심히 공들여 찍으신 분들에게는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무더운 날씨에 함께 한 스과 사진을 사랑하는 참가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제가 사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게 하면 할수록 정체성의 혼란과 소재의 빈곤을 더 인식하게 됩니다. 남과 다른,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작업을 추구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제임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모노크롬은 소재찾기가 컬러보다 어려워 셔터를 마음껏 눌러댈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가끔 잘 찍은 사진을 볼라치면 기쁨이 배가 되는 순간도 오곤 합니다.

이번에 찍은 사진 속 배경은 역사적인 장소의 가운데 한복판입니다. 여기서 피사체를 찾아 셔터를 누르면서 “사진은 종합상식을 요구하는 장르이구나”, “맥락을 끄집어내려면 배경 속 인물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배경요소가 되도록 해야하는구나”라고 깨달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리뷰를 진행할 때 객관적으로 봐 주시고, 아낌없는 지도편달을 해주신 임 작가님, 곽 선생님, 참가자 여러분에게 감사 드립니다. 그 외 다른 자리에서도 사진에 대해 토론을 함께 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사진촬영에 협조하여 주신 장어가게 사장님, 야채 가게 할머니, 기타 여러분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광주 1박2일 행사를 따라다니면서 그동안 몰랐던 광주, 담양에 대하여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 발품을 팔아야 몸이 기억하는가 봅니다. 이 상은 앞으로 사진 작업에 더 정진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주시는 상으로 알고 받겠습니다. 저에게 이 상을 주신 주최 쪽에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수상 안영진씨

안영진
안영진

첫 방문 낯선 광주, 곧이어 친밀감 밀려들어

광주…. 광주로 포토워크숍을 간다는 공지를 보았을 때, 처음 발을 디뎌보는 낯선 도시에 대한, 설렘과 미세한 불안감이 교차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서로 다른 감정들은, 광주에 들어서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 어느새 희열로 바뀌었습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뭔지 모를 친밀감이 강하게 밀려들었고, 처음 보는 생경스러운 풍경들도 어느새 익숙한 풍경이 되어있었습니다. 5.18추모관의 가슴 찡하고 엄숙한 분위기, 대인시장의 옛날 상인과 예술인들의 혼합된 유니크한 분위기, 양림동 마을의 포근함, 송정시장의 따사로움... 이 모든 광주의 풍경들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함께 참여 했던 모든 작가님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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