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둔 동굴의 구석기퇴적층 3층에서 나온 그물추들.
강원도 정선 동굴에서 2만9천년 전 구석기인들이 쓴 것으로 추정하는 그물추가 나왔다. 인류의 고기잡이 역사상 가장 오래된 어로 도구의 하나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연세대박물관은 올해 6월부터 정선군 남면 매둔동굴을 조사한 결과 동굴 안의 구석기시대 퇴적층에서 그물추 14점을 찾았다고 7일 발표했다. 그물추는 최대 길이 37∼56㎜, 무게 14∼52g 정도로, 구석기시대 퇴적층의 가장 위쪽 1층에서 3점, 2층에서 1점, 3층에서 10점이 나왔다. 모룻돌에 석회암 재질의 자갈을 올린 뒤 그 윗부분을 망치로 때려내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3층에서는 새 주둥이처럼 끝이 뾰족한 부릿날 석기와 몸돌에서 떼어낸 돌조각(격지)도 함께 출토됐다.
정선 매둔 동굴의 바깥 모습. 석회암 동굴로 절벽 아래 굴 구멍이 뚫려있다.
박물관 쪽은 “동굴 속 구석기 퇴적층 3층에서 그물추와 함께 거둔 숯 조각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맡겨 방사성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 2만8천550∼2만9천460년 전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창균 관장은 “좀더 많은 시료들로 연대 분석 결과를 보강해야하지만, 이 수치로만 보면 매둔동굴의 그물추는 인류의 물고기잡이 역사에서 시기적으로 가장 이른 그물추가 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학계에서 선사시대 어로작업을 대표하는 유물로는 버드나무 속껍질로 만든 9천여년전 안트레아 그물(Antrea Net)을 꼽는데, 핀란드와 러시아 접경지대에서 발견된 것이다. 일본 후쿠이현의 조몽시대 유적인 토리하마 조개더미(패총)에서 발견된 약 1만년 전 그물추, 오키나와·동티모르에서 확인되는 2만3천년전 낚싯바늘 등도 거론된다. 가장 오래된 어로행위 흔적은 4만2천년전 동티모르의 생활유적에서 보고된 바 있는데, 어로도구는 없고, 생선 뼈들이 나온 정도다.
구석기 퇴적층 1층에서 나온 물고기 등뼈. 참마자, 피라미의 뼈로 확인된다.
매둔 동굴의 구석기 퇴적층 1층 상부에서는 고인류의 일부 손가락뼈도 나왔다. 둘째 또는 셋째 손가락의 3번째 끝마디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여 분석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구석기층에서는 이외에도 사슴, 노루, 산양, 곰 등의 대형 동물 화석과 갈밭쥐, 박쥐 등의 소형 동물 화석, 참마자·피라미 등으로 보이는 작은 물고기 등뼈와 새 뼈 등도 확인됐다. 박물관 쪽은 “그물추의 발견으로 한반도의 그물어로 활동이 후기 구석기 시대부터 있었다는 근거를 얻었다”며 “발굴성과가 구석기 시대 생계 수단과 먹거리를 복원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연세대박물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