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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친구로 동료로 사랑으로…한 무대 두 바이올린

등록 2018-08-08 18:23수정 2018-08-09 13:33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줄만 부부
프·영 명문 오케스트라 악장 선임
‘더 클래식:바흐’로 14일 내한 공연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과 줄리앙 쥴만 부부가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바이올린을 든 채로 웃음짓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과 줄리앙 쥴만 부부가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바이올린을 든 채로 웃음짓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서로의 첫인상이요? 너무 오래돼 기억 안 나요.”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33)이 웃자 남편인 프랑스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줄리앙 줄만(33)도 코끝을 찡긋했다. 십대 때 친구로 만나 부부가 된 두 사람은 프랑스 페이드 라 루아르 국립오케스트라에서 같이 악장을 맡아 함께 일한 직장 동료이기도 하다. 최근엔 변화가 생겼다. 7년간 일했던 이곳을 떠나 박지윤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이달 말부터 출근한다. 정명훈이 상임지휘자로 이끌 당시(2012년) 북한의 은하수관현악단과 파리에서 합동공연을 펼치기도 했던 오케스트라다. 줄만 역시 10월부터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영국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새 출발을 한다. 프랑스와 영국의 명문 오케스트라 악장이 된 두 사람을 7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지윤은 “존경하던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감격스럽고 기대와 설렘이 크다”고 말했다. 줄만 역시 “훌륭한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랑 함께하게 돼 기쁘고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15살에 파리로 유학을 간 박지윤은 파리시립음악원, 파리고등국립음악원을 다니며 남편을 만났다. 2005년 롱티보 콩쿠르에선 나란히 입상하기도 했다. “남편은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다”는 박지윤의 말에 줄만은 “(나에게) 라이벌은 아니었다”고 받아쳤다. 마주 보던 두 사람 얼굴에서 장난기 어린 웃음이 번졌다.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하며 연애는 7년 했고, 결혼한 지는 4년 됐어요. 둘 다 악장이라 연주를 번갈아 맡으니까 회의 때 말고는 직장에서 얼굴 마주칠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같은 포지션에서 일하다 보니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건 장점이고, 만나는 사람들이 죄다 오케스트라 사람들인 건 좀 답답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박지윤)

2004년 ‘티보 바르가’ 콩쿠르에서 18살의 나이로 최연소 1위를 하며 주목받은 박지윤은 유럽의 각종 콩쿠르에 입상하며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진 힘든 일도 없지 않았다. 그가 페이드 라 루아르의 악장으로 선발된 2011년, 지역의 유력인사가 악단에 ‘동양인 여성을 악장 자리에 앉혀야 하느냐’며 항의한 사실이 지역 언론에 보도됐다. 박지윤은 “저에 대한 반대라기보다 악장을 시킬 프랑스 사람은 없었냐는 항의였는데 그만큼 외지인에게 열려있지 못했던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오는 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더 클래식: 바흐>로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코리아쿱오케스트라와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라단조’를 협연한다. 지난해 실내악 공연인 ‘듀오 콘서트’ 이후 국내 무대에서 두 사람이 함께 서는 건 이번이 두번째다. “집에서도 같이 악보를 자주 읽는 편이에요. 바흐의 이 곡도 읽어본 것 중의 하나인데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함께 이 곡을 연주하는 건 처음이라서 기대가 돼요.”(줄만)

파리에 정착해 살고 있는 두 사람에겐 3살짜리 딸이 있다. “가족이 모든 일의 최우선이 됐다”는 이들에게 서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박지윤은 “같이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고충을 제일 잘 알아주는 친구”라고 답했다. 줄만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듯 잠시 고민하다 “끈끈한 가족이 돼서 좋다”고 했다. 긴 시간을 함께해온 두 사람이 눈빛 만으로도 완벽한 호흡을 보여줄 공연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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