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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미술계는 흐린 가을

등록 2018-09-02 15:53수정 2018-09-03 21:32

뒤숭숭한 공공미술관
성희롱 의혹·정치적 분란에
서울·광주·대구·제주 관장 공석
미술관 행정의 후진성 여전

급조되는 비엔날레
이달초 3곳서 일제히 개막
짧은 준비기간·예산부족 겹쳐
부실 우려에도 몸집만 키워
최근 지방공공미술관들은 줄줄이 관장 공석 사태를 빚고있다. ‘한국근현대미술걸작전’이 열리고 있는 제주도립미술관 전시장의 모습이다.
최근 지방공공미술관들은 줄줄이 관장 공석 사태를 빚고있다. ‘한국근현대미술걸작전’이 열리고 있는 제주도립미술관 전시장의 모습이다.
다음달 각 도시에서 막을 올리는 비엔날레(격년제 국제미술제)들을 시작으로 성수기인 가을철 미술관과 화랑가에서 대형 전시들이 쏟아져나올 참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지방미술관 등의 새 수장을 뽑는 관장 공모 절차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판의 변화나 흐름이 감지될만한 시점인데, 정작 미술인들의 기대감은 높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상이나 예술과 기술의 융합, 남북관계 호전 같은 근래의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는 모색과 시도가 드물고, 과거의 전시틀이나 기성 유명작가 일색의 작품전을 되풀이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있다. 올 하반기 국내 미술판 기상도는 여전히 흐릿하고 종잡기 어렵다.

최근 지방공공미술관들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관장 공석사태가 줄을 잇고있다. ‘한국근현대미술걸작전’이 열리고 있는 제주도립미술관 전시공간의 일부 모습이다.
최근 지방공공미술관들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관장 공석사태가 줄을 잇고있다. ‘한국근현대미술걸작전’이 열리고 있는 제주도립미술관 전시공간의 일부 모습이다.
■ 혼란 속 공공미술관 지난 7~8월 미술계는 공공미술관 관장의 줄을 잇는 공석사태와 구설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해 광주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의 관장 자리가 비어있고, 대전시립미술관은 10월 관장임기가 끝나 공석이 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경우 최효준 전 관장이 성희롱 의혹으로 7월 중순부터 직무정지 상태다. 서울시는 최 전 관장으로부터 음란성 동영상을 받았다는 여성 직원의 신고를 받아 일단 인사조치를 한 뒤 세부 내용을 조사중이다. 내년 2월까지 임기였던 최 전 관장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중이어서 성희롱 여부를 놓고 임기만료까지 서울시와 공방을 벌이며 관장 공백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

대구미술관은 2011년 설립 이래 7월 연임이 좌절된 최승훈 전 관장까지 4번이나 수장이 바뀌었다. 임기 2년을 포함해 최소 4년 이상 재직해야 관장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데, 단임시키고 바로 갈아치우는 인사행태가 소신운영을 막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대구시 쪽은 새 관장 공모를 시작했으나, 이달초 적임자가 없어 재공모에 들어갔다. 수원아이파크미술관을 관할하는 수원시미술관사업소는 지난 7월 소장 공모에서 심상용 동덕여대 교수가 선정됐으나, 학교쪽이 취임을 불허해 자리를 물렸고, 차순위 응모자인 김찬동 기획자가 재임명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12월 마리 관장의 임기가 끝나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달 중순부터 새 관장 공모가 시작된다. 벌써부터 유력 후보가 거명되고, 특정 인사 추대를 위한 지지운동 움직임도 보인다는게 미술인들 전언이다.

공공미술관 자리가 대규모 공석이 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교체 배경이 지역 문화계의 정치적 분란이거나 성추문 등으로 알려져 미술관 행정의 후진성을 보여준다. 한 중견 평론가는 “관장 교체가 동시대 전시 담론이나 미술관 정체성에 대한 생산적 논의로 이어져온 서구미술관 사례와 견주기엔 크게 동떨어진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미술관을 정치적 수단으로 여기는 지방자치체들의 인식과 기획자·행정가로서 관장의 전문성을 존중하지 않는 풍토가 근본적 배경”이라고 짚었다.

국내 최대의 국제미술제인 2018광주비엔날레가 9월7일부터 시작된다. 행사가 열리는 광주시 용봉동 비엔날레 전시관의 최근 모습.
국내 최대의 국제미술제인 2018광주비엔날레가 9월7일부터 시작된다. 행사가 열리는 광주시 용봉동 비엔날레 전시관의 최근 모습.
■ 불안감 안겨주는 비엔날레들 6, 7, 8일 각각 일제히 개막하는 서울미디어시티 비엔날레와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는 1년 남짓한 짧은 준비 기간에 급조되고 있다. 예산부족과 내부 소통 문제 등이 겹쳐 양질의 전시수준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총감독 없이 11명의 국내외 기획자들이 기획하는 광주비엔날레의 경우 국제행사 국비 연속지원을 제한하는 일몰제에 걸려 국비 지원이 30억원대에서 18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규모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까지 포함한 역대 최대급이다. 재단의 김선정 대표이사가 기획자간 소통을 조정하는 총괄 역할까지 떠맡아 ‘상상된 경계들’이란 고난도 주제를 소화하는 데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국외언론초청비용까지 공공미술관과 화랑 등에 지원을 요청하고, 기획자들이 각자 선정한 작가도 중복되는 등 난감한 부분들이 있다”고 했다.

2년전 조직위 비리로 쑥대밭이 됐던 부산비엔날레는 4월에야 주제와 작가진 선정 등의 진용을 갖추고 행사준비에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외국인 감독과 특별자문위원단, 실무진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작품설치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내부 관계자들이 전한다. 서울 미디어시티비엔날레도 여섯명의 집단기획자들 가운데 최효준 전 관장이 하차하고, 시민활동가 한명도 최근 사임해 비상이 걸렸다.

■ 새 콘텐츠가 안보인다 화랑가와 주요 미술관의 하반기 기획전들은 대가들의 회고전과 과거 유파 전, 작가 연합 전시에 쏠려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문명: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전(10월 개막), ‘현대차 시리즈 최정화 전’(9월5일 개막), ‘다원예술:아시아포커스’전(9월28일 개막), ‘마르셀 뒤샹 전’(12월 개막) 등을,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사진축제’(11월 개막), ‘한묵 전’(12월 개막)을 선보인다. 큰 화랑들은 상하이 파워롱 미술관 단색화 전(11월 추진), 민중화가 이종구·박불똥 전(이상 학고재), 유영국 회고전(국제갤러리), 유희영 회고전(갤러리 현대), 최종태 개인전(가나아트센터) 등을 내놓는데, 새로운 전시 컨텐츠 발굴이 미진하다는 평가가 많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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