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30여년만에 남녀 성비 균형 맞춰
아프리카·아시아에서 새 친구 만나는 줄거리
유엔도 ‘성평등’ 캐릭터와 줄거리 개발에 참여
피디 “지금의 부모와 아이들에 맞게 진화시켰다”
중국에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홍메이’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방영되며 인기를 끈 영국의 어린이 TV 프로그램, 〈토마스와 친구들〉이 다양한 개성을 가진 여성과 비백인 캐릭터를 대거 추가했다. 이로써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토마스와 친구들〉의 남녀 캐릭터 성비는 방송 34년만에 처음으로 50대50에 가까운 균형을 이루게 됐다.
Thomas & Friends 공식 유튜브 갈무리
3일부터 영국 〈채널5〉에서 방송되는 새 시즌, ‘토마스와 친구들: 큰 세상! 큰 모험!’(Thomas And Friends: Big World! Big Adventures!)은 주인공 토마스가 기존 이야기의 주 무대인 가상의 섬 소도어를 떠나 아프리카와 아시아, 호주를 여행하며 겪는 일들을 다룬다.
토마스가 케냐, 인도, 중국 등을 여행하며 그곳의 문화와 인종을 기반으로 창조된 새 캐릭터들을 만나 교류하고 새로운 자연 환경과 문화에 눈을 뜨게 된다는 것이 줄거리다.
이번 시즌에서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예전과 비교해 남녀 성비가 크게 바뀌었다는 점이다. 기존의 여성 캐릭터 ‘에밀리’에 더해 새 캐릭터인 ‘레베카’, 그리고 아프리카 케냐에서 만나는 ‘니아’가 새로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 남성인 제임스, 퍼시, 고든에 여성인 에밀리, 레베카, 니아가 함께 주요 캐릭터 6인에 포함되면서 토마스의 ‘친구들’의 성비는 남녀 동률을 이루게 됐다.
토마스가 세계 여행을 하며 만나는 외국의 다인종 ‘엔진 친구들’도 조연이지만 성비를 맞췄다. 인도의 ‘라지브’·‘누르제한’과 ‘아시마’, 중국의 ‘홍메이’, 호주의 ‘쉐인’과 ‘아일라’ 등이 그들이다. 특히 호주 아웃백에서 조난된 사람들을 구하는 의료 비행기 ‘아일라’는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고민을 담은 캐릭터라는 게 새 시즌 제작진의 설명이다.
여성으로 등장하는 호주의 구조 비행기 ’아일라’
주요 캐릭터 6인에 포함된 아프리카 케냐 출신 여성 캐릭터 ’니아’
다양성에 중점을 둔 이번 변화에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작용했다. 먼저, 줄거리와 캐릭터 개발 단계에 유엔(UN)이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번 참여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보편적인 문제 17가지를 지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지속가능발전목표 중 다섯번째가 ‘성평등 달성과 여성 및 여아의 역량 강화’다.
유엔 SDGS 누리집 갈무리
전 세계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 조사 결과도 여성과 다인종 캐릭터 기용에 한 몫 했다. 〈토마스와 친구들〉은 1984년 첫 방송 이래 100여개국에 수출됐으며, 시청층 중 여아의 비율은 40%가 넘는다.
책임 프로듀서 이언 맥큐는 “다음 세대의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더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며 “이야기의 무대를 세계로 넓혀 전 세계의 아이들에게 더 와닿고,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이번 변화의 이유를 밝혔다.
1945년 목사이자 작가 윌버트 오드리가 아들을 위해 쓴 동화책이 원작인 〈토마스와 친구들〉은 영국의 대표 장수 어린이 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는 1997년 〈한국방송〉(KBS) ‘ TV 유치원 하나둘셋’을 통해 처음 소개됐으며, 영화로 제작된 극장판 시리즈도 꾸준히 국내에서 개봉할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박수진 기자 sujean.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