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만월대를 남북 조사단이 공동발굴하는 모습.
북한 개성의 고려왕궁터인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 사업이 중단된지 3년만에 이달말부터 재개된다.
문화재청은 지난 6일 개성에서 남북역사학자협의회, 통일부,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쪽의 관계자들과 실무회의를 열어 오는 27일부터 12월27일까지 8차 만월대 공동조사와 유적 보존사업을 벌이기로 합의했다고 11일 공식발표했다. 또 10월 2일에는 남북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사현장에서 착수식을 개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남북은 재개될 조사에서 훼손이 심한 만월대 회경전 터 북서쪽 축대 부분을 우선 발굴조사하게 된다. 발굴 뒤에는 남북의 전문가들이 보존정비방안을 논의해 축대 부분의 정비까지 사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송악산 남쪽 기슭에 있는 만월대는 10~14세기 고려의 임금과 중신들이 정무를 펼쳤던 궁궐이다. 지세를 따라 높은 석축과 계단을 세워 웅장한 구도로 건물들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 사업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7차례 펼쳐졌다. 서부 건축군 3만3천㎡ 가운데 1만9천㎡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됐고, 그동안 건물터 약 40동과 축대 2곳, 대형 계단 2곳, 금속활자와 청자류 등 유물 1만6500여 점을 확인하는 성과를 올렸다. 남북은 2015년 당시 연중 조사기한을 60일에서 6달로 늘이는데 합의했으나, 이듬해 북한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조사가 전면중단됐었다.
한편, 남쪽은 실무회의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씨름’을 공동 등재하는 방안을 비롯해 평양 고구려고분 공동발굴, 3·1 운동 100주년 남북 공동 유적조사, <겨레말 큰사전> 공동 편찬도 북쪽에 제안했다고 문화재청은 전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