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2000호로 지정된 단원 김홍도의 대작 <삼공불환도>(삼성문화재단소장). 암봉, 집 등 경물을 비스듬하게 배치한 구도 아래 전원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선비의 생활 풍경을 펼쳐놓은 8폭짜리 병풍그림이다.
‘너무나도 조선적인 화가’로 꼽히는 18세기 그림거장 단원 김홍도(1745~?)의 병풍그림 <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가 2000번째 국가보물이 됐다.
문화재청은 단원의 <삼공불환도>(삼성문화재단 소장)를 보물 2000호로 지정했다고 4일 발표했다. 지정번호 2000호를 달성한 것은 1962년 국내 중요 문화유산을 국보, 보물로 지정하는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고, 이듬해 서울 흥인지문(보물 1호)을 포함한 문화유산 423건이 처음 보물로 일괄지정된 이래 55년만이다. 정부는 그동안 모두 국보 336건과 보물 2132건을 지정했다. 지정번호보다 지정건수의 수량이 많은 건 <삼국유사> 같은 고서의 경우 여러 판본에서 찍은 방대한 서책들을 같은 지정번호에 딸린 별개의 부번으로 각각 지정하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의 김은영 연구관은 “지정번호는 해당 문화재 보존을 위한 관리번호이므로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은 아니지만, 보물 지정번호가 2000호에 이른 것은 국가 문화재 보존정책의 반세기 연륜과 성과를 짚어주는 계기로서의 상징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공불환도>는 1801년 조선 순조 임금이 천연두에서 완쾌된 것을 기념해 그린 8폭 병풍그림이다. ‘삼공불환’은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삼공(三公)의 높은 벼슬과 바꾸지 않겠다는 뜻으로, 중국 송나라 시인 대복고의 시 ‘조대(釣臺)’에 묘사된 전원의 삶을 화폭에 옮긴 것이다. 산 기슭 기와집 안에서 손님을 맞는 주인장, 집 부근 밭에서 일하는 농부와 강가의 낚시꾼 등을 생동하는 필치로 그려넣어 선비가 누리는 전원생활의 한가로운 정취를 풀어냈다. 중국 시가에 나오는 배경을 당대 조선 선비와 백성들의 생활 공간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인물과 산수 등 여러 그림장르에 통달했던 단원의 농익은 역량이 한껏 발휘된 말년기의 대표작중 하나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삼공불환도>외에 17세기 조선시대 불상인 ‘진도 쌍계사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과 ‘대구 동화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중국 북송대 정치가 사마광의 역사서 <자치통감>을 15세기 조선 세종 때 간행한 판본중 일부인 <자치통감 권129∼132>도 보물로 지정했다. 청은 아울러 종이나 나무, 가죽 등을 인두로 지져 그림을 만드는 전통 기법인 ‘낙화장’을 국가무형문화재 새 종목으로 지정 예고하고 장인 김영조(65)씨를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도판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