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의 소리극 <까막눈의 왕>. 국립국악원 제공
눈은 있되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이를 ‘까막눈’이라 부른다. 한글 창제로 까막눈들의 어둠을 벗기고 밝은 세상으로 이끈 세종대왕이 올해로 즉위 600주년을 맞았다. 다가오는 한글날에 때맞춰 세종의 삶과 한글 창제 여정을 담은 공연들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에헤요 에헤요 까막까막 에헤요 에헤요 꿈벅꿈벅/ 까만 것은 글씨요 하얀 것은 종이요/ 삼각산은 천 년 산, 조선 백성은 천 년 까막눈/ 저 엿장수 거동을 봐라 붓을 잡고도 눈만 꿈벅/ 저 백정의 거동을 봐라 제 이름 석자도 쓸 줄 몰라/ 에헤요 에헤요 까막까막 에헤요 에헤요 꿈벅꿈벅/ 까만 것은 글씨요 하얀 것은 종이요.”(까막눈 타령)
국립국악원의 <까막눈의 왕>은 한글 창제 이야기를 민요에 녹인 소리극이다. 스스로 작곡을 할 만큼 조선 역대 왕 중 가장 음악을 사랑한 군주로 알려진 세종이 민중의 노랫소리를 바탕에 두고 한글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상상력으로 빚은 작품이다. 극은 죽음을 예감한 세종이 경복궁 마루 밑에 사는 귀신들인 들풀마마들과 함께 훈민정음을 만든 꿈같은 시절을 회상하며 한바탕 놀이를 펼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세종은 서도소리, 경기소리, 남도소리로 이어지는 전국 팔도민요를 들으면서 소리의 원리를 깨우치게 되는데 사대주의에 찌든 유생들의 반대 상소, 중국의 방해 등 실제 순탄하지 못했던 한글 창제 과정과 한글 발음 실험과정도 해학적으로 담았다. 국립국악원은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까막눈의 백성들을 가엽게 여기던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라면서 “세종의 한글 창제 원리를 우리 음악으로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오는 11~14일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 02-580-3300.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뮤지컬 <1446>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에이치제이컬처 제공.
창작 초연 뮤지컬 <1446>은 인간 세종의 삶에 무게를 뒀다. 왕이 될 수 없는 셋째 아들인 세종이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시력 악화에도 한글 창제에 몰두하며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치는 모습을 그린다. 제목의 ‘1446’은 한글이 반포된 해를 뜻한다. 지난달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은영 연출가는 “세종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가 잘 모르는 이야기도 많다”면서 “한글 창제 등 업적뿐 아니라 그가 어떻게 왕이 됐고 왕으로 어떤 삶을 살았나 하는 것에 집중하며 인간 이도의 모습을 좇아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한국적인 선율로 풀어낸 노래들은 노랫말에도 힘을 줬다. 세종이 훈민정음 28자를 창조하며 부르는 ‘소리가 열린다’는 백성들을 향한 애민정신이 담겨있는 대표적인 곡이다. “하늘과 땅과 사람을 잇는 것/ 백성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울음, 탄식, 웃음소리/ 기역…군자의 처음 펴는 소리/ 니은…나자의 처음 펴는 소리/ 디귿…두자의 처음 펴는 소리/ 혀에서 이에서 목에서 입술에서/ 백성의 몸에서 울려 나오는/ 기쁨, 슬픔, 노여움, 즐거움/ 소리가 들려/ 소리가 울려/ 소리가 열려/ 소리가 열린다”
특히 이 작품은 첫 공연에 앞서 지난 2월 영국 웨스트엔드의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워크숍을 거치며 세계적인 흥행 가능성을 먼저 시험하기도 했다. 제작사인 에이치제이컬처 관계자는 “수출을 목표로 만든 작품으로 워크숍 당시 영국 관계자들로부터 음악이 좋고, 왕으로 성장해 가면서 겪는 고충들이 잘 나타나서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5일부터 12월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02)588-7708.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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