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가 이병직이 그린 <국화>. 그가 살았던 옛 오진암 건물(현재 이름은 무계원)에 전시될 기증작품들 가운데 하나다.
조선왕실의 ‘마지막 내시’였던 송은 이병직(1896~1973)은 한국근대미술사에서 지나칠 수 없는 인물이다. 일제강점기 <삼국유사>를 비롯한 명품 서책, 서화류를 다수 갖고있던 부자 컬렉터였고,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할 정도로 사군자 치기에 능했던 작가이기도 했다. 안목이 뛰어났던 송은의 친필 작품들이 생전 살던 옛 한옥집 ‘오진암’에 내걸린다.
서울 종로구청은 13일 오후 4시 서울 부암동 무계원에서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소장품인 이병직 서화 8점의 기증식을 연다. 무계원은 2010년 서울 익선동에 있던 옛 오진암을 철거한 뒤 2014년 안평대군의 옛 별장 ‘무계정사’가 있던 부암동으로 옮겨 복원하면서 붙인 새 이름이다.
송은 이병직.
기증품들은 유 교수의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편에 소개된 <국화> <매화> 등의 서화들로 경매에서 사들인 것들이라 한다. 유 교수는 “대수장가의 삶이 깃든 오진암 내력이 알려지지 않은게 아쉬워 기증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1900년대 지은 오진암은 일제강점기 이병직이 살다가 50년대 이후 요정으로 바뀌어 세간에는 ‘밀실정치’ 무대로 유명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종로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