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홍희 백남준문화재단 이사장·윤범모 동국대석좌교수·이영욱 전주대 교수
한국 미술제도의 핵심인 국립현대미술관의 새 사령탑은 누가 맡을까.
2015년 12월 사상 첫 외국인 관장으로 취임했던 바르토메우 마리(52) 관장이 올해 12월 13일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이에 따른 후임 관장 인선에 미술판의 관심이 쏠린다. 애초 마리는 연임을 희망했으나 상부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지난달 중순 통보하고 새 관장을 뽑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공무원 임용절차를 주관하는 인사혁신처는 후임 관장을 뽑기위한 개방형 계약직 관장(임기제 고위공무원 나급) 공개모집 공고를 이달 1일 냈고, 16일 원서 접수를 마감했다.
<한겨레>가 문체부, 인사혁신처 등을 취재한 결과 이번 관장 공모에는 모두 13명이 원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원서를 낸 인사들 가운데는 지난해부터 관장 후보로 미술계에서 자주 거론됐던 중견급 미술인들이 상당수 포함돼 치열한 경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원서를 낸 것으로 드러난 주요 인사들은 김홍희(70) 백남준문화재단 이사장과 성완경(74) 인하대명예교수, 윤범모(67) 동국대석좌교수, 이영욱(62) 전주대교수, 이태호(67)경희대 교수다.
김홍희 이사장은 다채로운 경력을 근거로 수년 전부터 후보감으로 자주 거론돼 왔다. 쌈지스페이스 관장, 경기도미술관장, 서울시립미술관장,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등을 지냈다. 80년대 현실참여 미술동인인 ‘현실과 발언’에서 활동했던 윤범모·성완경·이태호 교수가 나란히 응모한 것도 눈길을 끈다. 윤 교수는 근대미술사학자이자 한국큐레이터협회 초대회장을 지낸 중견기획자다. 30여년간 다수의 근대미술사 저술을 발간하며 리얼리즘 관련 전시들을 꾸려왔고, 북한미술에도 밝다. 성 교수는 만화·도시미술 담론을 개척하며 90년대 이후 포스트민중미술 작가와 이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역임했다. 이태호 교수는 조각을 전공했으며, 현실 풍자적인 설치 미디어 작업을 지속하며 현대미술 저술도 집필해온 작가 겸 저술가로 알려져있다. ‘현실과 발언’ 출신은 아니지만, 미술비평가인 이영욱 교수도 대안공간 풀을 중심으로 한 소장 진보 미술인들의 지지를 받는 유력 후보다. 참여정부 시절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을 지냈고, 지난 대선 때도 문재인 후보 진영에서 정책 자문을 맡는 등 현 정부와 소통이 원만한 미술인으로 꼽힌다. 주요 후보로 거론되던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재단 대표이사와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장, 임옥상 화가, 최태만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은 지원서를 내지 않았다.
인사혁신처는 서류심사를 통해 응모자들을 5배수로 걸러낸 뒤 12월께 면접을 통해 2~3명 정도를 추천할 예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추천된 인사들은 신원조회, 역량평가를 거친 뒤 내년 1월께 문체부 장관이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