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로레첸스코예 유적의 발해 평지성터 안에서 출토된 세발 달린 토기(삼족기). 발해 유적에서는 보기 드문 고급 토기다.
발해 평지성 남벽을 절개해 조사중인 모습이다. 풍납토성과 같은 방식의 축조기법이 확인됐다.
러시아 연해주 남서부 옛 발해국 성터에서 서울 풍납토성과 같은 기법으로 흙층을 견고하게 다짐하며 쌓은 성곽 얼개가 확인됐다. 성 안에서는 세발달린 토기(삼족기)와 손칼, 동물뼈 같은 발해인의 생활유물들도 쏟아져나왔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8~9월 연해주 라즈돌나야 강 기슭에 있는 발해 평지성(스타로레첸스코예 유적)에서 파견조사팀이 벌인 발굴 성과를 25일 발표했다. 연구소 쪽은 서울 풍납토성 방식으로 흙을 다져 쌓은 성벽의 축조방식과 규모를 확인했으며, 성 안의 지하저장고터에서는 다양한 유물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스타로레첸스코예 유적은 옛 발해의 지방행정구역 15부 가운데 솔빈부(率濱府)의 영역에 있던 성이다. 서쪽, 북쪽, 동쪽으로 라즈돌나야 강(옛 지명이 솔빈강이며 중국 이름은 수분하)이 흘러 해자 구실을 하며, 150m 길이의 남벽과 30m 길이의 짧은 서벽이 남아있다. 최근 강의 물살에 깎여 성 내부 서쪽벽이 쓸려 내려가는 등 원형이 허물어지자 연구소 쪽은 러시아과학원과 함께 지난해 7월부터 성 남벽과 서쪽 일대를 중심으로 긴급 현황 조사를 벌여왔다.
성터 안 지하저장고에서 삼족기와 동물뼈 등이 출토되는 모습.
성터 안에서 확인된 지하저장고의 단면. 돌을 쌓아올려 벽을 만들었다. 이 저장고 안에서 삼족기 등 발해인 생활유물들이 쏟아져나왔다.
유물들은 성 내부 서쪽의 지하 저장고에서 주로 나왔다. 주목되는 유물은 세발달린 토기다. 원통모양의 다리 세 개가 작은 흑회색 항아리의 편평한 바닥에 붙은 형태를 띠었다. 이 형태의 토기는 발해의 도읍 상경성(중국 헤이룽장성 닝안시 부근)에서 2점이 나온 바 있지만, 발해 유적에선 출토사례가 드물다. 저장고 안에서는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발해 토기와 동물 뼈, 물고기 뼈와 비늘, 철체 손칼 등이 다수 나왔다.
성벽의 경우 치밀한 축조방식으로 견고한 얼개를 구축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우선 강자갈과 점토로 아래 기초부분을 다진 뒤 중심부를 폭 4m, 높이 2m의 사다리꼴 모양으로 층다짐해서 쌓고 다시 흙으로 덧쌓았다. 중심부는 진흙층·모래층을 번갈아가며 20겹 정도를 쌓았고, 판축한 진흙층 윗면에서는 나무봉 등으로 견고하게 다진 흔적까지 드러났다. 유실을 막기위해 강돌로 윗면을 덮은 성벽의 전체 폭은 14m에 이른다.
발해 평지성터가 있는 스타로레첸스코예 유적 일대를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이다.
유적 위치를 표시한 지도. 블라디보스토크 위쪽이다.
판자를 양쪽에 대고 그 사이에 흙을 단단하게 다져 쌓는 판축 방식을 쓴 것은 한성백제의 도성인 서울 풍납토성에 쓴 것과 같은 방식으로 분석돼 눈길을 끈다. 조사단은 유적이 중국 동북지역에서 연해주로 흐르는 강가에 자리하고, 성 안에서 다수의 저장용 구덩이(수혈)가 확인되며, 삼족기, 원통형 기대조각 등의 고급 토기기종이 출토된다는 점 등으로 미뤄 동해로 나가는 주요 물류거점이었을 것이란 추정을 내놓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06년부터 연해주 일대 발해 유적에 대한 조사를 지속해오면서 발해의 동쪽 거점인 콕샤로프카 유적과 시넬니코보 산성 등 여러 유적의 실체를 확인한 바 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