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된 조선통신사선이 26일 오후 진수식을 마친 뒤 목포 앞바다를 돌며 첫 항해를 하고있다. 오세윤 사진가 제공
드높이 치솟은 돛대 사이 내걸린 깃발이 허공에 펄럭거렸다. 태극기와 ‘조선통신사선’이란 깃발 글씨가 선명했다.
19세기 이전까지 조선에서 덩치가 가장 컸다는 전통 돛배가 26일 낮 전남 목포 앞바다에 띄워졌다. 조선시대 17~19세기 조선과 일본을 오가며 문화교류를 펼쳤던 조선통신사 사절들을 실었던 배가 옛 모습대로 복원된 것이다.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날 처음 실물 크기로 재현된 조선통신사선을 연구소 앞 포구에 내어놓고 처음 항해를 시작하는 진수식을 펼쳤다.
이 배는 2015~2016년 복원·실시 설계를 거쳐 지난해 5월 건조에 착수한 뒤 1년여 만에 완성했다. 여섯척의 선단으로 구성됐던 통신사선들 가운데 사신단의 우두머리 정사(正使)가 탔던 ‘정사기선’을 재현한 것이다. 임금이 파견하는 외교 사절단의 격식에 맞춰 갑판 위에 정사가 거처하는 판옥(집)을 짓고 위에 누각을 올렸으며 난간에는 화려한 단청을 칠한 모습이 눈에 띈다. 연구소 쪽은 고증을 위해 <계미수사록> <증정교린지> <헌성유고> 등 통신사선의 운항실태와 주요 치수, 평면도 등을 담은 조선 문헌자료들과 에도시대 통신사선단을 묘사한 일본 회화 자료들을 참고했다. 연구소의 홍순재 연구사는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큰 배로 거북선은 물론 15~16세기 신대륙을 발견한 서양 범선보다 크다”며 “2015년 충남 태안 마도 바닷속에서 인양된 조선시대 침몰선(마도 4호선)과도 비교 검토해 구조와 형태를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제작하려 했다”고 말했다. 배의 규모는 길이 34m, 너비 9.3m, 높이 3.0m, 돛대높이 22m, 총 무게 149t. 모두 72명이 탈 수 있다. 내외판 등 부재들은 강원도 삼림에서 벤 수령 80∼150년에 이르는 금강송 900그루를 일일이 골라 썼다. 9노트의 속도를 내는 돛배지만, 엔진을 장착해 일본까지의 항해도 가능하다.
이날 진수식은 조선통신사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한·일 공동등재 1돌을 맞아 첫 항해를 알리는 문화행사로 진행됐다. 정재숙 문화재청장과 김종식 목포시장, 일본 쓰시마부시장 등이 통신사선 현판을 제막한 것을 시작으로, 배를 지키는 배서낭을 모시는 의식과 사해용왕에게 맑은 술을 올리는 뱃고사, 국악관현악 등의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기념무대가 잇따라 배 앞에서 펼쳐졌다. 통신사 교류 200년을 상징하는 ‘성신교린(誠信交隣)’의 의미를 담았다. 뒤이어 묶인 줄을 풀고 배가 바다로 나아가는 세 바퀴를 도는 진수 항해가 이어졌다. 배에는 정 청장과 한일 양국 관계자들, 목포시민들이 탑승해 조선통신사선의 첫 항해를 지켜봤다. 이귀영 소장은 “앞으로 국내 섬이나 항구를 찾아가는 선상박물관으로 활용하려 한다”며 “통신사들이 거쳤던 쓰시마, 오사카 등 일본의 주요 정박지로 항해하는 구상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포/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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