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 사과축제 행사장에서 벌어진 씨름 광경.
한민족 고유의 힘겨룸 놀이인 ‘씨름’(국가무형문화재)이 남북한 화해의 새로운 상징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까. 남북한 정부가 인류무형유산 목록에 올려달라고 유네스코에 따로따로 신청했던 ‘씨름’의 남북 공동등재가 눈앞으로 한발짝 다가왔다.
유네스코의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29일 우리 정부가 등재를 신청한 ‘대한민국의 씨름(전통 레슬링)’과 북한이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씨름(조선식 레슬링)’에 대해 모두 ‘등재 권고’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무형유산위 발표 내용을 전하면서 평가기구의 ‘등재권고’는 전문가들의 사전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나온 공식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등재 권고는 갑작스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뒤이어 열리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최종 등재 결정으로 수용되는 게 관례다.
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평가기구는 권고사항에서 ’대한민국의 씨름‘에 대해 “국내 모든 지역의 한국인들에게 한국 전통문화의 일부로 인식된다. 다양한 연령의 보유자와 실행자들이 사회 및 지역적 배경, 성별에 관계없이 분포하고, 중요한 명절에는 항상 경기가 있어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과 긴밀히 연관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혀놓았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씨름’에 대해서도 “사회 모든 차원에 깊게 뿌리박힌 이 유산은 정신과 육체의 발달과 사회적 조화와 응집력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씨름’의 등재 여부를 최종 확정하는 13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이달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아프리카 모리셔스에서 열린다. 관건은 남북정부가 함께 손잡고 남북 공통유산의 첫 공동 등재를 성사시킬 수 있을지로 모아진다. 문화재청은 원칙적으로 남북이 냈던 신청서를 거둬들이고 공동신청서를 다시 작성해서 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청의 한 관계자는 ““북한 유네스코 사무국과 협의에 나선다는게 기본 방침”이라며 “공동신청서를 낸다해도 13차 무형문화유산위원회 회기까지 시일이 촉박하다는게 제약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네스코가 공동등재에 호의적이어서 성사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도 나온다. 실제로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씨름의 남북 공동 등재 추진을 제안하기도 했다.
18세기 화가 김홍도의 ‘씨름’ 풍속도가 들어간 대한민국 우표. 1971년 발행된 것이다.
‘씨름’은 등재될 경우 종묘제례·종묘제례악, 강릉 단오제, 제주 해녀문화 등에 이어 한국의 20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른다. 북한에서는 아리랑과 김치 만들기에 이어 세번째 등재유산이 된다. 북한은 2016년에도 씨름의 등재신청서를 냈으나, 그해 열린 11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스포츠 종목 중심으로 적시됐고, 가시적인 기여나 보호조치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정보 보완’ 판정을 받아 등재에 실패했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