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경복궁 영추문 전경. 1975년 일제강점기 철거된 원래 터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온 지점에 복원되었다.
조선왕조 정궁인 서울 경복궁의 서쪽 관문 ‘영추문(迎秋門)’이 활짝 열린다.
경복궁관리소는 궁과 서촌 지역에서 찾는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영추문을 12월 6일부터 전면 개방한다고 26일 밝혔다.
서쪽이 가을을 상징해 가을을 맞는다는 뜻으로 이름붙여진 영추문은 조선시대 궁궐의 관리들과 실무를 맡는 중인들이 주로 드나들었다. 드물지만 일반인들도 허락을 받아 궁중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문이었다. 1592년 임진왜란 때 경복궁과 같이 불타 사라졌다가 고종 때 재건됐다.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는 전차길이 앞길에 깔린 뒤 전차가 운행하면서 생긴 진동으로 문 옆 담벼락이 무너지면서 전각이 뜯겨나가는 아픔을 겪었다. 그 뒤 50년 가까이 문이 없다가 1975년 원래 터에서 북쪽으로 수십여m 올라간 지점에 복원됐으나 그동안 일반인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었다.
1920년대 영추문 모습. 문 바로 앞길에 전차 선로가 깔린 뒤 전차의 진동으로 옆 담벼락이 허물어진 모습이 보인다.
현재 경복궁 출입문은 모두 세곳이다. 남쪽의 광화문, 북쪽의 신무문, 동쪽의 국립민속박물관 출입문으로, 궁궐의 동쪽 문인 건춘문은 아직 개방되지 않고있다. 서쪽 영추문을 개방하면 궁의 동서남북에서 출입 통로가 모두 열리게 돼 궁을 찾는 길이 한결 편해질 것이라고 관리소쪽은 기대했다. 개방 뒤에는 경복궁의 다른 문 출입시간과 입장료(3000원)를 똑같이 적용하게 된다.
개방일인 12월 6일 오전 11시에는 기념행사가 열린다. 식전 공연을 시작으로 영추문 주변 주민이 참여하는 문 여는 의식과 축하 공연 등이 열린다. 당일 경복궁에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경복궁관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