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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어려진 지상파, 가정적인 tvN

등록 2018-11-27 08:00수정 2018-11-27 13:30

방송사들 시청층 확대 ‘총성 없는 전쟁’
KBS·SBS·MBC 10대 취향 겨냥
성장드라마·댄스경연 방송 편성
tvN은 중장년 맞춤 가족예능 확대

모바일 시대 콘텐츠 경쟁 확산으로
온라인 화제성 높이기 주력하지만
개성 없는 식상한 소재 재탕 한계
자, 다음 내용을 읽고 떠오르는 방송사를 맞춰보라.

1. 이봉원-박미선, 최명길-김한길 등 유명인 부부들이 여행을 떠나는 관찰 예능.

2. 19살 이하를 대상으로 차세대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오디션 예능.

티브이 좀 본다하는 시청자라면 첫번째는 지상파 또는 몇몇 종합편성채널, 두번째는 <티브이엔>(tvN)이나 <제이티비시>(JTBC)라고 답할 것이다. 답은 반대다. 첫번째는 <티브이엔>의 <따로 또 같이>이고, 두번째는 <문화방송>(MBC)이 선보이는 <언더나인틴>이다.

<따로 또 같이>. 티브이엔 제공
<따로 또 같이>. 티브이엔 제공
■ 지상파 “10대” 티브이엔 “중장년층” 구애중

지상파는 어려지고, <티브이엔>은 가족 친화형이 되어가고 있다. 지상파는 최근 10대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연달아 내놨다. 방영 중인 <언더나인틴>외에도, <에스비에스>(SBS)가 지난 8월 <방과 후 힙합>을 방영한 데 이어, <한국방송2>(KBS2)도 춤 잘 추는 이들의 댄스 대결 <댄싱 하이>를 9~10월 선보였다. 12월3일부터는 댄스 스포츠를 추는 고등학교 학생들을 그린 8부작 성장드라마 <땐뽀걸즈>(월화 밤 10시)도 방송한다. 그동안 지상파는 10대에 관심없었다. 양승동 <한국방송> 사장은 지난 8월 가을 개편 설명회에서 “한국방송을 젊은 기업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다”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반면, 젊은층이 선호하는 채널을 강조하던 <티브이엔>은 최근 중장년층을 겨냥한 관찰 예능을 대거 편성했다. <따로 또 같이> 외에도, 가상 부부가 된 연예인들의 결혼 생활과, 실제 부모들이 가상 사돈을 맺어 함께 이야기하는 <아찔한 사돈연습>도 방영 중이다. 12월9일부터는 연예인들의 혼자 사는 어머니, 아버지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아모르 파티>도 방영한다. 지상파와 일부 종편에서 숱하게 반복하는 ‘연예인 가족팔이’ 예능에 <티브이엔>도 뛰어든 셈이다. <티브이엔> 쪽은 26일 <한겨레>에 “지난 4월 일요 예능 시간대를 만들면서, 주말에 가족이 즐겨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언더나인틴>. 프로그램 갈무리
<언더나인틴>. 프로그램 갈무리
■ 콘텐츠 전쟁 시대, 채널 구분 무의미 방송사들은 이런 변화의 이유를 “시청층 넓히기”라고 말한다. 그 이면에는 ‘콘텐츠 전면전’의 위기감이 도사리고 있다. 모바일 환경이 중요해진 건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지만, 최근 수년 사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는 등 새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지상파와 케이블 할 것 없이 긴장하고 있다. 한 케이블 예능 피디는 “에스엔에스로만 독점 공개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등 곳곳에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세상이 됐다. 방송사는 모바일과 티브이를 모두 신경써야 하는 상황에서 채널간 타깃층 구분은 무의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10대들을 <티브이엔>과 모바일에 뺏긴 지상파는 중장년층에 주력해왔지만, 이제 그들도 속속 티브이를 떠나고 있다. 한 디지털 마케팅 업체가 공개한 2018년 디지털 동영상 이용 행태 조사를 보면, 1주일 평균 기기별 동영상 시청 비중에서 10~40대 모두 모바일 기기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제 광고주들도 온라인 화제성을 반영한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청률 조사업체 티엔엠에스는 다시보기 등을 반영한 시청률 지표를 만들기도 했다. 지상파 관계자는 “지상파들이 10대 콘텐츠를 만드는 건 티브이가 아니라, 온라인에서 화제성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10대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티브이엔>은 지상파보다 고심이 깊다. 뉴미디어를 주로 사용하는 세대가 사실상 젊은층이기 때문에, 10대 시장을 두고 그들과 각축전을 벌여야 한다. <티브이엔> 관계자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에, 연령층을 확대해 다양한 시청층의 니즈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계속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티브이와 모바일을 함께 생각해야 하는 방송사 입장들은 이중고를 겪는 것이다. 그는 또 “그렇다고 여전히 시청률 지표가 중요한 티브이 시장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티브이는 연령층을 확대하고, 뉴미디어는 젊은층을 겨냥하는 식으로 변하는 양상이다”고 말했다.

<댄싱하이>. 한국방송 제공
<댄싱하이>. 한국방송 제공
■ 소재, 등 발생의 전환해야 하지만 시청층 확대를 위해서는 소재 등 발상의 전환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상파는 10대의 시선을 사로잡겠다면서, 이미 케이블을 점령한 힙합과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웠다. 다양한 재료로 10대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고민없이, 성공 법칙을 고스란히 내놨다. <티브이엔> 역시 부부 관찰 예능 등 지상파와 종편에서 익히 봐온 콘텐츠를 내세우고 있다. 수없이 쏟아져 시청자들조차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가족팔이 예능’을 받아들이면서, 감각적인 실험을 하던 <티브이엔>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모바일과 티브이의 경쟁처럼 되고 있는 시대에 콘텐츠의 참신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맞춘 변화가 성공하려면, 타깃에 맞는 소재를 선정하는 것을 넘어, 실험적이고 신선한 시도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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