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보미술 진영의 대표적인 평론가이자 이론가로, 1980~90년대 비판적 리얼리즘을 표방한 민중미술운동을 이끌었던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29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2.
고인은 경북 영일 출신으로 서울대 미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서울대, 이화여대 강사와 영남대 교수를 역임했다. 1980년대 민중미술 작가들이 세운 단체인 민족미술인협회(민미협) 회장과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이사장, 창작과비평사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03~08년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냈다. 그는 70년대부터 지식인들의 반유신운동에 참여했고 80년대에는 진보적인 리얼리즘 미술운동의 이론가로서, 민중미술과 관련된 작가론, 전시 평론 등 다수의 글을 발표했다. 특히 70~80년대 당시 국내 제도권 화단을 주도했던 단색조 회화 등 추상주의 미술 사조에 맞서 현실 참여적인 리얼리즘 미술을 국내 현대미술의 중요한 흐름으로 정립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기인 2003년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맡아 전시기획, 운영구조 개편 등 미술관 개혁 작업을 추진했다. 그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의 퇴임압박을 받은 끝에 임기를 1년 남겨두고 해임됐으나 해임무효소송을 제기해 대법원까지 끌고간 끝에 2년만에 승소하는 곡절을 겪기도 했다. 2010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오피시에)를 받았으며 <민족미술과 리얼리즘><한국현대회화사><한국미술 100년> 등의 저서와 번역서를 냈다.
유족으로 부인 김정업씨와 동생 김익수(영남대 명예교수)·김두해(재미음악가)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는 12월2일 오전 9시30분 민족예술인장으로 치러진다. (02)2072-2091.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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