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경북 청송 대명리조트 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한·중 대표작가 포럼에서 문학평론가 홍정선 인하대 명예교수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정찬 선생의 소설을 읽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느꼈습니다. 매우 실험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읽은 자료집에는 소설 일부만 번역돼 있어서 전모를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만, 정찬 선생께서 어떤 의도로 쓰신 작품인지 설명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일 오전 경북 청송 대명리조트 안 회의실. 중국 소설가 주르량이 정찬의 단편소설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중국어 번역으로 읽고 작가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찬은 “이 작품은 알다시피 카프카의 소설 제목과 설정을 차용했고, 프랑스의 전략가이자 귀족인 외젠의 이야기도 포함시켰다. 인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침팬지를 통해, 타자적 존재가 바라보는 인간은 어떤 존재일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답했다.
정찬·서하진·백민석·백가흠·황현진·우다영 등 소설가들과 평론가 홍정선·우찬제 교수, 그리고 장웨이민 지린성 작가협회 주석과 소설가 주르량·추쑤빈·마아이루·런린쥐·팡베이·왕화이위·푸리쯔 등 지린성을 중심으로 한 중국 문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작가의 위상과 소설가의 생존방식’을 주제로 열린 제1회 한·중 대표작가 포럼이었다. 두 나라 작가들이 서로의 작품을 낭독하고 토론을 벌이는 방식을 통해 좁게는 해당 작가를, 더 크게는 두 나라 문학과 문화를 이해해 보자는 취지다.
주르량의 단편 ‘가락면’을 낭독한 정찬은 “제목 자체가 소설의 결을 느끼게 한다. 사실주의적으로 반듯하게 묘사하는 방식의 소설인 듯한데, 작가가 소설을 쓰면서 의도하고 주력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주르량은 “이 소설은 남편을 잃은 뒤 아이를 데리고 자립해 가는 여성의 개척적 삶과 그에 끼여드는 남성의 이야기인데, 둘 사이에 애틋한 감정이 싹트는 과정을 그리긴 했지만 결론은 확정하지 않고 여운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제1회 한·중 대표작가 포럼에 참가한 한국과 중국 문인들이 3일 오전 경북 청송 대명리조트 회의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찬과 주르량에 이어서는 서하진과 추쑤빈이 서로의 작품을 읽고 토론을 벌였다. 서하진의 단편 ‘종소리’를 낭독한 추쑤빈은 “홍정선 교수의 소개에 따르면 서하진 선생은 여성의 눈에 비친 가족 문제를 통해 한국 사회의 혼란과 위기, 정체성의 갈등을 다룬다고 하는데, 한국 소설에서는 반항적 기질을 지닌 여성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던졌다. 토론과 낭독은 오후까지 이어졌고, 두 나라 작가들은 이튿날은 안동 하회마을과 봉정사를 함께 답사한다.
작가들의 낭독에 앞서 환영사에서 홍정선 인하대 명예교수는 “두 나라 작가들이 소설가라는 공통점에 못지않게 생계와 생활 방식에서는 차이도 큰 것으로 안다”며 “한국 작가들이 데뷔하자마자 시장에 내던져져 전적으로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하는 반면, 중국 작가들은 많은 경우 국가가 만든 작가협회의 틀 속에서 공무원처럼 봉급을 받기도 한다. 양국 작가들이 서로에 대한 궁금증을 자연스러운 질문을 통해 해소하고 두 나라 문학의 공통점과 차이를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웨이민 주석은 답사에서 “올해로 40년을 맞은 개혁개방의 흐름 속에서 중국 작가들의 역할과 생존방식도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며 “가령 지린성작가협회에는 2500명이 가입해 있는데, 그 가운데 글쓰기에 전념하는 전문직 작가는 5% 정도이고 다른 작가들은 글쓰기와 다른 직업을 병행한다”고 소개했다.
홍 교수는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진행됐던 한·중작가회의가 작년으로 종료되고, 그 뒤로는 시인들끼리 교류하는 한·중시인회의를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회 치른 데 이어 소설가들 행사인 한·중대표작가포럼을 별도 행사로 마련했다”며 “낭독과 토론, 답사와 술자리 등을 통해 두 나라 작가들의 우의를 쌓고 서로간에 더 깊은 이해를 도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청송/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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