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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새 사령탑 맞는 국립현대미술관 어디로…조직 개편·개혁 과제 첩첩

등록 2018-12-06 05:00수정 2018-12-06 07:32

몸집은 커지는데 삐걱대는 시스템
27일 네번째 분관인 청주관 개관
아시아 최대 규모 미술관으로
연말·연초 신임 관장 인선 앞두고
환골탈태할 격변의 시기 맞아

녹록잖은 현실, 쉽지 않은 개혁
학예실장-기획운영단장 투톱 구조
3개 미술관 전시기획 차별화 실패
관장 직급 높여 예산·인사권 넓히고
분관장 체제 도입으로 특성 살려야
지난 6월28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마리 바르토메우 관장이 미술관 중기운영 혁신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6월28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마리 바르토메우 관장이 미술관 중기운영 혁신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요즘 미술인들이 국립현대미술관을 놓고 입을 모아 던지는 말이다.

국내 최대 공공미술기관으로 내년 설립 50돌을 맞는 국립현대미술관의 개혁 문제가 연말 미술판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미술관이 환골탈태를 위한 격변의 시기를 앞둔 까닭이다. 우선 사령탑인 관장이 연말 또는 연초에 바뀌게 된다. 첫 외국인 관장으로 2015년 취임했던 스페인 기획자 마리 바르토메우 관장은 13일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뒤를 이을 새 관장 인선은 지난달 진행된 공모과정에서 최종 후보자 3명을 확정하면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미술관 운영을 제약하거나 규정하던 안팎의 여러 상황들도 확 바뀌었다. 독립채산제와 인사권·예산권 부여, 이사회 신설 등을 뼈대로 이명박 정부 이래 9년 가까이 추진됐던 독립법인화 방침이 지난 6월 철회된 것이 대표적인 변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당시 독립법인화 철회 방침을 밝히면서 전시기획과 조직 구조의 정상화 등에 나서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미술관은 그동안 정부가 독립법인화 방침을 고수하면서 2013년 서울관 신설로 대폭 불어난 내부 학예사들의 직제를 모두 계약직으로만 채우는 기형적인 조직구조를 떠안고 가야 했다.

오는 27일 수장고 보존처리 중심 시설인 청주관이 네번째 분관으로 문을 열면, 과천관·서울관·덕수궁관과 함께 아시아 최대규모의 4관 체제 거대 미술관으로 거듭나게 된다. 전시기획과 운영과정에서 숱한 파행을 감수해야 했던 미술관으로서는 창립 50돌이 되는 2019년에 새 관장 체제에서 조직의 혁신은 물론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상황 변화에 맞춰 개혁과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험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미술관은 관장 밑에 학예실장과 기획운영단장이 각각 3개관의 전시기획과 운영행정을 맡아서 하는 투톱 시스템이다. 이런 무리한 통합적 직제 구조 때문에 3개관에 걸친 전시기획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맏형 격인 과천관이 서울관의 전시와 차별화에 실패하고 소외된 전시공간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미술계에서는 앞으로 4관을 거느린 거대 체제가 될 경우 관장 직급을 차관급 또는 1급으로 올리고, 개별 관마다 분관장을 두어 관들의 특성을 살린 시스템 개혁을 해야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관장의 직급 격상은 초대 이경성 관장 이래 역대 여러 관장들이 추진했던 단골 현안이었지만 관료사회의 벽에 막혀 번번이 좌절된 바 있어 이번에는 꼭 완수해야할 과제로 보는 이들이 많다.

마리 관장이 국내 미술판 사정에 어둡고 언어장벽에 가로막혀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던 관장의 예산권과 인사권 확충 등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문제였던 계약직 학예사들의 일반직 전환도 문체부가 장기 계획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폭 전환에 그칠 경우 직제 개혁의 의미가 퇴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술계 전문가들은 미술관의 예산·인사권 등의 실권을 쥐고 있는 문체부 관료들과 조직 개편을 협의해 이를 최종 승인하는 행정안전부나 기획재정부 관료들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관료들을 움직여 미술관 조직의 대수술을 성공시킬 수 있는 고도의 정치력이 새 관장에게 요구된다는 의미다. 한 중견 기획자는 “최소한 관장 직제의 승급과 분관장 체제로의 개편 전략을 관철시켜야 동시대 현대미술의 흐름을 반영하고 담론화할 수 있는 미술관의 기틀이 잡힐 것”이라며 “새 관장은 전시기획보다 거대 기관에 걸맞는 조직과 직제 다듬기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홍희·윤범모·이용우…관장 후보 3인 ‘검열의 기억’

외압을 받아도 작가와 작품을 지켜낼 수 있을까?

국립현대미술관의 새 관장을 뽑는 공모 절차 막바지에 ‘검열 논란’이 새 변수로 따라붙었다.

지난달 말 신임 관장 최종 후보자로 확정된 김홍희 전 서울시립미술관장과 윤범모 동국대 석좌교수, 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 재단 대표이사 모두 민중미술가인 홍성담씨와 작품 검열에 얽힌 악연을 갖고 있다.

윤씨와 이씨는 2014년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 감독과 재단 대표이사로 함께 협업하며 전시를 준비했으나, 전시에 참여한 홍 작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세월호 사건을 풍자한 대작 <세월오월>을 공개한 뒤 청와대 등의 압박으로 전시를 포기하자 이 사태를 전후해 잇따라 감독과 대표이사를 사퇴하는 곡절을 겪었다.

두 후보자의 경우 사퇴로 책임론이 어느정도 가라앉았으나 김씨의 경우엔 여전히 논란이 남아 있다.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장 시절 주최한 작가 장터에 리퍼트 주한미국 대사 테러 사건과 그에 얽힌 상념을 그림과 글로 담은 홍씨의 작품을 초대작으로 출품한 것이 사달을 일으켰다. 반미 작품이란 비난이 보수언론에서 제기되자 그는 작가와 상의하지 않고 장터 전시의 총감독 홍경한씨와 함께 일방적으로 작품을 빼고 미 대사관 쪽에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작가에게는 지금까지 일체의 사과나 해명을 하지 않았다. 초대한 작가와 작품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획자로서의 윤리적 태도에 흠결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젊은 평론가 홍태림씨는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공기관에서 무리를 일으키는 건 가급적 안하는 게 좋다’는 당시 김 전 관장의 언론 인터뷰 내용 등을 짚으면서 그의 발언은 미술관의 공공성을 왜곡한 것으로, 당시 관장으로서 대처가 부적절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검열 논란은 3년 전 마리 바르토메우 현재 관장의 임명 당시에도 불거졌다. 마리가 이전에 재직했던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의 전시품 검열 논란 이력이 알려지자 국내 일부 소장 미술인들이 ‘국선즈(국립현대미술관장 선임에 즈음한 미술인들의 입장)’란 모임을 꾸려 반대 퍼포먼스 등을 펼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당시에 벌어진 또다른 검열 이슈였던 서울시립미술관의 홍성담 작품 철거 사태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또다른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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