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자수와 옛 보자기의 예술적 가치를 널리 알렸던 ‘보자기 대통령’으로 불렸던 고 허동화(1926~2018) 한국자수박물관장을 기리는 문집이 출간됐다.
지난 5일 자수박물관의 박영숙 공동관장이 공개한 <온 세상을 싸는 보자기-한국자수박물관 운영 50주년기념문집>은 고인이 지난 5월 별세 직전까지 발간을 준비했던 마지막 유작이다. 모두 7권으로, 국내 문화계·재계 인사들과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루마니아 등지의 국외 박물관장 등 56명의 글과 작품, 논문들을 나눠 실었다. ‘규방 문화를 세계로'와 ‘작은 박물관의 큰 기적', 논문집 ‘학문으로 정립한 규방 문화', 작가들의 에세이 ‘자수, 보자기와 한평생', 사진집 <사진으로 본 인간 허동화>, 허 관장의 작품집 <상상의 꿈을 그리는 추상화가>도 있다.
고 허동화 관장을 기리며 엮은 문집 <온 세상을 싸는 보자기>. 원래는 지난 5월 한국자수박물관 운영 50돌을 기념해 준비했던 고인의 유작이다.
허 관장은 직장생활을 하다 1960년대 후반부터 민화 수집가인 대갈 조자용 선생의 조언을 듣고 자수와 보자기를 본격적으로 모았다. 치과병원 원장인 부인 박영숙씨와 치과 전문의인 아들 허원실(국립의료원 교수)씨도 함께 수집에 나서, 74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치과병원 옆에 사전자수연구소로, 다시 76년 을지병원 2층에 한국자수박물관을 정식으로 개설했다.
허 관장은 지난 5월 소장 유물 5천여점 서울시에 무상기증한 데 이어 병상에서 문집 출판기념회를 한 이튿날인 5월24일 향년 92살로 별세했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장례를 치른 뒤에야 부고를 냈다. 박영숙·허원실 공동관장이 맡고 있는 자수박물관은 이날 국·공립 도서관과 대학박물관 등에 무상배포하고자 뒤늦게 문집 출간 소식을 알렸다.
고인이 기증한 유물은 서울시가 옛 풍문여고 자리에 짓고 있는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전시·보관할 예정이다. 유물 중에는 보물 제653호인 ‘자수 사계분경도'와 국가민속문화재인 ‘운봉수 향낭', ‘일월수 다라니주머니', ‘오조룡 왕비 보'도 들어 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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