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지역 전경. 암각화 맞은편의 구릉과 평탄지대로 석렬이 나온 발굴구덩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선사시대 사람들이 사냥장면 등을 새긴 그림으로 유명한 울산시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부근에서 누각 등으로 추정되는 옛 건물터 흔적이 발견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달부터 반구대 암각화 주변을 시굴조사한 결과 통일신라~조선시대의 건축시설 일부를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반구대 암각화 주위에서는 지난 수년간 조사를 통해 공룡 발자국 화석들이 발견됐으나, 옛 건축물 흔적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소 쪽은 유적이 남았을 가능성이 있는 암각화 주변의 8개 지점에 탐색구덩이를 파고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통일신라와 조선시대의 석렬(돌로 열을 지어 만든 경계) 흔적과 건물 기반부의 돌무더기 흔적인 집석 유구 등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석렬은 2~3줄이 늘어선 모양새다. 현재 전망대가 있는 구릉 서쪽 아래 퇴적층에서 드러났다. 모래 사구 위에서 점토와 목탄, 굵은 모래 등을 섞어 지반을 다졌으며 그 위에 건축물의 기초시설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석렬시설이 구릉과 평행하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구릉 언저리 혹은 상부의 건축물을 보호하거나 경계 짓기 위한 기초시설로 파악된다.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 서쪽 일대를 시굴하다 나온 통일신라시대 석렬 흔적들. 건축물의 기초시설로 파악된다.
석렬은 구릉 꼭대기 부근에서도 집석 유구와 함께 드러났다. 통일신라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사용된 건축물이 자리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실제로 구릉에 자리한 집석 유구 위에서는 고신라의 옛 기와인 육엽연화문수막새와 통일신라시대의 팔엽연화문 수막새, 고려~조선시대 기와조각들이 숱하게 출토돼 주변 경관을 내려다보는 누각 형태의 고급 건물터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구소 쪽은 앞서 올해 상반기 반구대 학술조사에서 새로운 형태의 4족 보행 척추동물 발자국과 육식공룡·초식공룡 발자국 48점을 보고한 바 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문화재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