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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단독]개관 코앞인데도 흙먼지 공사판…소장품 안전 팽개친 국립청주관

등록 2018-12-20 04:59수정 2018-12-20 08:55

27일 개관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현장 살펴보니

수장고 작품 1000여점 입고했지만
출입통제·항온항습 조처 부실
내외부 공사·작품 설치 병행으로
조각상 등 먼지·소음에 그대로 노출

졸속행정 비판 속 ‘개관 연기’ 지적에
홍보과 “예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
청주관 5층 기획전시실에 개관전 출품 작품들이 이미 내걸린 가운데 인부들이 바닥 곳곳에 난 금을 땜질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청주관 5층 기획전시실에 개관전 출품 작품들이 이미 내걸린 가운데 인부들이 바닥 곳곳에 난 금을 땜질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립미술관이 소장한 명품들 사이로 컬컬한 흙먼지가 마구 날아다녔다.

이곳은 작품 수장고. 상자에 들어가거나 비닐에 싸인 소장품들이 먼지를 덮어쓴 채 여기저기 뒤섞여 있다. 작품들이 더미째 쌓인 공간 옆 통로에선 공사 인부들과 미술관 직원들이 뒤섞여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통로 바닥에도 쌓인 먼지와 흙 발자국 흔적이 보인다. 수장고 문은 활짝 열려 바깥 공사 현장의 혼탁한 공기와 소음이 그대로 들어왔다. 명품들이 가득 찬 곳인데도 출입 통제는 없었다. 전문 경비인력도 눈에 띄지 않았다. 누가 슬쩍 집어가기라도 한다면….

오는 27일 국립현대미술관의 4번째 분관으로 문을 여는 청주관(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은 아수라장에 가까웠다. 개관을 열흘도 남겨놓지 않은 17일, <한겨레>가 충북 청주시 내덕동의 청주관 1~5층 공간을 미리 둘러봤다. 무엇보다 각층 수장고와 전시실에서 작품을 수장, 전시할 경우 요구되는 최소한의 보존 환경을 의식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는 상황이 도드라지게 눈에 들어왔다.

17일 낮 1층 수장고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놓여 있는 미술관 소장품들의 모습. 출입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고, 출입문도 훤하게 열려 바깥 공사장의 먼지와 소음이 그대로 들어왔다. 항온항습과 대기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미술관 쪽 해명이 무색해지는 풍경이다.
17일 낮 1층 수장고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놓여 있는 미술관 소장품들의 모습. 출입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고, 출입문도 훤하게 열려 바깥 공사장의 먼지와 소음이 그대로 들어왔다. 항온항습과 대기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미술관 쪽 해명이 무색해지는 풍경이다.
5층 기획전시실 바닥면. 길쭉한 금 위에 본드 등의 접착제로 땜질을 해놓았다. 뒤로 비닐에 포장된 작품들이 내걸린 모습이 보인다.
5층 기획전시실 바닥면. 길쭉한 금 위에 본드 등의 접착제로 땜질을 해놓았다. 뒤로 비닐에 포장된 작품들이 내걸린 모습이 보인다.
원래 담배공장(연초제조창)이던 청주관은 지난해 3월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벌여 개방형 수장고와 보존센터를 갖춘 전시·수장 시설로 탈바꿈했다. 지난 6년간 국민혈세인 국비 577억원을 들여 추진해온 국가미술 프로젝트다. 이달 13일부터 과천관 수장고 작품들이 이전되기 시작하면서 현재 1000여점이 청주관에 들어왔으나, 소장품 입고에 필수적인 수장고 안팎의 주요 시설들은 아직 설치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 진열장을 비롯해 전시장·수장고 안팎의 각종 기기, 설비 공사가 여전히 혼잡 속에 벌어지고 있는데, 외부 대기 환경에 민감한 작품들은 미세먼지 등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근대 조각가 윤효중의 여인상 <현명>, 이불 작가의 <사이보그>연작, 프랑스 작가 장 뒤뷔페의 조각상 등이 먼지와 소음 속에 방치된 실상이 눈에 띄었다. 미술관 쪽은 “과천관 수장고와 동일한 기준과 규정으로 항온항습 시운전이 차질 없이 진행중”이라고 밝혔으나 현장 상황은 전혀 달랐다. 3층 수장고 입구에도, 진입로부터 활짝 열린 안쪽 수장고 철문 앞까지 이어지는 통로 바닥에 공사장 흙과 날아온 먼지 등이 두껍게 쌓인 것을 볼 수 있었다. 상시적인 수장고 환경 관리가 이뤄진다는 미술관 쪽의 해명이 무색해지는 광경이다.

3층 수장고 입구 복도 공간. 바닥에 공사장의 흙과 날아온 먼지 등이 두꺼운 층을 이루며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층 수장고 입구 복도 공간. 바닥에 공사장의 흙과 날아온 먼지 등이 두꺼운 층을 이루며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5층 기획전시실에서도 눈을 의심하게 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김상우 작가의 인물대작 <세대>와 사진작가 원성원, 김옥선씨의 작품들이 포장된 채 걸린 가운데 전시장에 인부들이 쪼그리고 앉아 여기저기 균열 간 바닥을 땜질하고 있었다. 균열 부위를 따라서 본드를 부어 굳히고 파인 부분은 때우고 갈아내는 중이라고 했다. 굳이 법적 규정을 따지지 않더라도, 국제박물관협의회(ICOM·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의 권고규정이나 국내외 미술관의 기본 매뉴얼을 보면, 새 미술관이나 수장고 교체의 경우 수장고·전시실의 전시보존 환경, 건축물의 안전도 등에 대한 기본 점검이 끝난 뒤 작품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 청주관 전시실과 수장고에서는 이런 기본 원칙을 무시한 채 내외부 공사와 작품 이송, 설치 작업이 한꺼번에 병행되고 있었다. 미술관 출입 계단과 1층 회랑의 발판 블록도 설치가 덜 끝나 이제야 블록판을 놓고 다지는 작업 광경이 포착됐다. 공사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몇주 전엔 문짝도 달지 않은 엘리베이터를 사용 승인 없이 집기 반입용으로 쓰다가 위험하다는 진정이 청주시 쪽에 들어가 시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3층 수장고 입구 복도 공간. 활짝 열린 수장고 문이 보이고, 그 앞 바닥에 공사장의 흙과 날아온 먼지 등이 두껍게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상시적인 수장고 환경 관리가 이뤄진다는 미술관 쪽 해명이 무색해지는 광경이다.
3층 수장고 입구 복도 공간. 활짝 열린 수장고 문이 보이고, 그 앞 바닥에 공사장의 흙과 날아온 먼지 등이 두껍게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상시적인 수장고 환경 관리가 이뤄진다는 미술관 쪽 해명이 무색해지는 광경이다.
개관이 코앞인데, 출입 계단의 점자 발판 블록을 다지는 공사가 아직도 벌어지고 있었다. 17일 낮 찍은 모습이다.
개관이 코앞인데, 출입 계단의 점자 발판 블록을 다지는 공사가 아직도 벌어지고 있었다. 17일 낮 찍은 모습이다.
청주관은 내부 계단의 발판 공사조차 상당부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점자블록 양생중! 밟지 마시요!’란 경고문구가 보인다.
청주관은 내부 계단의 발판 공사조차 상당부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점자블록 양생중! 밟지 마시요!’란 경고문구가 보인다.
미술관 내부 한 관계자는 “건물이 잘 지어졌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보존 여건은 안정적인지 최소한의 시간을 두고 살핀 뒤 작품을 수장하는 것이 기본인데, 최고 전문가가 모였다는 미술관에서 졸속행정을 거쳐 막무가내로 작품을 옮기겠다니 너무 걱정된다. 개관일을 미뤄서라도 건물과 작품의 안전성을 점검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술관 소통홍보팀 쪽은 “옛 연초제조창 건물을 함께 쓰고 있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건물 리모델링 공사와 청주관 입구 공사장이 혼잡한 탓이 크다”면서 “개관 준비는 예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청주/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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