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 앞 바다 속에서 나온 묵서명 중국제 도자기. 중국 송나라, 원나라 시대 만들어진 도자기들로 표면에는 당시 교역을 했던 상단(업체)을 표기한 ‘綱(강)’이란 글자가 먹글씨로 쓰여져 있다.
고려·조선시대 숱한 침몰선들이 묻혀 있는 충남 태안 마도 앞 바다 밑에서 고려와 중국 사이 뱃길을 오가던 700~900년전 옛 상인들의 손때 묻은 흔적들이 발견됐다. 12~14세기 당대 무역상인 집단의 상호를 표면에 붓글씨(묵서)로 적은 중국 송·원대의 도자기들을 비롯해 송나라 동전과 생활용품, 배의 닻돌 등이 수중발굴을 통해 뭍으로 나온 것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 5~10월 태안군 근흥면 마도 해역에서 벌인 수중문화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양된 발굴품은 송원대의 묵서명 도자기와 중국 동전, 고려청자, 닻돌, 선상 생활용품 등을 포함해 113점에 이른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중국 송·원나라시대 푸젠성에서 만든 도자기류 7점과 11세기 북송 신종 치세기(1078~1085) 찍어 대량유통된 동전인 원풍통보 등이다.
도자기들의 밑면에는 고려-송 사이의 무역에 참가했던 상단(교역업체)을 표기한 ‘○綱(강)’이 먹글씨로 남아 있다. ‘綱(강)’이란 글자는 당대 상업 거래를 하는 회사 또는 단체를 지칭해 쓰인 말이다. 중세 한·중 교류관계사 연구에 실마리를 제공하는 자료를 확보했다고 연구소 쪽은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항해중 사용한 벼루, 숫돌, 청동숟가락, 동곳(상투가 풀어지지 않게 머리에 꽂는 물건) 등의 생활용품과 식수, 식재료 등을 담았을 것으로 보이는 생활 도기들도 다량 수습됐다. 이밖에 고려청자 51점, 조선시대 분청사기 4점이 나왔고, 바다 밑에서 일부 드러난 침몰 선체의 판재 주변에서는 다량의 석탄과 정박용 닻돌 15점도 확인됐다.
마도 수중 발굴 장면. 펄에 묻힌 도자기들을 잠수사가 확인하고 있다.
마도 앞바다는 고려, 조선, 중국의 무역선과 사신선이 머물고 가는 중간 기착지였으나, ‘난행량’(難行梁)이라 불리울 정도로 물길이 험해 많은 배들이 가라앉았다. 2007년 한 어부가 주꾸미에 휘감긴 청자접시를 끌어올린 것을 계기로 지난 10년 사이 수중발굴을 통해 고려·조선시대 침몰선 4척이 발견됐으며, 운송선 잔해와 고려청자, 진상용 공예품 등의 다양한 적재품들도 무더기로 인양돼 관심을 모았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