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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본래 광화문 현판은 흑질금자(黑質金字)”

등록 2018-12-27 17:39수정 2018-12-27 23:42

연구자 김민규씨 ‘경복궁 영건일기’ 분석

“2010년 복원 때 흰색 바탕 검은 글씨
사료엔 검은 바탕, 금색 글씨로 명기”

“영추문·건춘문 현판도 원판과 달라
영추문 단청도 호랑이 아닌 기린”
현재 복원된 광화문 현판. 흰 바탕에 글자의 색깔은 검은 색으로 고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다.
현재 복원된 광화문 현판. 흰 바탕에 글자의 색깔은 검은 색으로 고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다.
김민규씨가 <…영건일기>에서 검은 바탕에 금색글자란 기록을 찾았다고 밝힌 원래 광화문 현판의 추정 복원품.
김민규씨가 <…영건일기>에서 검은 바탕에 금색글자란 기록을 찾았다고 밝힌 원래 광화문 현판의 추정 복원품.
서울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현판의 원래 모습이 2010년 복원된 지금 현판(흰 바탕 검은 글씨)과 달리 검정 바탕에 금색 글씨로 쓰여졌음을 보여주는 옛 문헌자료가 처음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석조미술사 연구자 김민규씨(동국대 박사과정 수료)가 일본 도쿄 와세다대에 소장된 19세기 말 경복궁 중건 기록인 <경복궁영건일기>를 분석한 결과 광화문 현판의 색상을 검정 바탕에 금색 글자임을 뜻하는 ‘흑질금자(黑質金字)’로 표기한 기록을 찾아냈다고 27일 밝혔다.

이런 내용은 국립고궁박물관의 학술지 <고궁문화> 11호에 실은 김씨의 논문 ‘경복궁영건일기와 경복궁의 여러 상징 연구’를 통해 공개됐다. <경복궁영건일기>는 1865년 4월부터 1868년 7월까지 경복궁 궁궐 공사 과정을 당대에 구체적으로 기록한 유일한 문헌이다. 김씨는 논문을 통해 와세다대에만 9권 완질이 남아있는 <…영건일기> 전체 내용을 판독해 분석한 결과 광화문을 포함한 경복궁 현판 3건의 색상과 단청 문양 1건이 고증 오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그는 “<…영건일기>에 기록된 현판 제양(양상)을 살펴보면, 광화문, 근정전, 경회루, 교태전, 강녕전, 근정문, 건춘문, 신무문의 현판 바탕은 모두 검은색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화재에 약한 목조건축의 특성상 경복궁에 불을 제압하는 ‘제화(制火)’의 상징이 궁궐 곳곳에 있어야 했고, 주요 전각 현판을 검은 바탕으로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불을 제압하는 이치를 취한 것이란 분석이다. 광화문의 원래 현판 글씨를 만든 기법이 지금 현판 글씨와 달랐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동판을 잘라 획을 만들고 금칠했다는 내용이 <…영건일기>의 기록에 나오기 때문이다. 앞으로 예정된 현판 복원도 <…영건일기>의 기록과 동일한 방법으로 제작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헌재 영추문 안쪽 홍예 천장 단청부분에 그려진 두마리의 호랑이.
헌재 영추문 안쪽 홍예 천장 단청부분에 그려진 두마리의 호랑이.
영추문 홍예 천장에 원래 그려졌던 두 마리 기린. <경복궁 영건일기>에도 ‘쌍린’으로 기록되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리건판에 실린 사진이다.
영추문 홍예 천장에 원래 그려졌던 두 마리 기린. <경복궁 영건일기>에도 ‘쌍린’으로 기록되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리건판에 실린 사진이다.
최근 개방된 경복궁 서문 영추문과 동문 건춘문의 현재 현판이 원본과 다르다고 짚은 대목도 주목된다. 논문에 따르면, 영추문 현판의 경우 원래 색상이 흰색 바탕에 검정 글씨인 ‘백질묵서(白質墨書)’로 <영건일기>에 기록된 것으로 나온다. 지금 현판 색상은 완전히 거꾸로 되어있다. 문 안쪽 홍예천장의 단청 부분에 그려진 호랑이 두 마리도 원래 기린 두 마리를 뜻하는 ‘쌍린(雙麟)’을 그려넣었다는 기록이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건춘문 현판은 현재 검정 바탕 흰색 글씨인데, <영건일기>에는 검정 바탕에 글씨가 녹색인 ‘묵본록서’(墨本綠書)로 기록됐다고 밝혀놓았다.

현재 광화문 현판은 2010년 당시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써서 복원됐으나, 그뒤 문화재계에서 색상이 다른 구한말 사진자료 등을 근거로 현판의 색상고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문화재청은 고증 촬영 실험 결과를 토대로 올해 1월 검정 바탕에 금박 글씨로 현판 색상을 바꾸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내년 상반기 완성을 목표로 단청 등의 세부 고증 작업을 진행중이다. 청 쪽은 “논문에서 소개한 영건일기 기록을 참고해 경복궁 주요 문 현판에 대한 추가고증과 보완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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