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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그 음악, 몰라줘서 미안해요…그 배우, 뜰 때까지 응원해요

등록 2018-12-31 09:36수정 2019-01-11 20:34

2018 ‘아쉬워 이 작품’ 2019 ‘응원해 이 인물’
올해의 마지막날을 앞두고, 문화부 기자들이 2018년 취재노트를 펼쳐봤다. 사람들이 몰라줘서 속이 탔던 작품, 어쩌다 보니 깜빡 놓쳤던 작품들을 돌아보며 아쉬움의 박수를 보낸다. 재능과 노력에 견줘 칭찬이 조금 부족했던 이들에겐 2019년의 햇살이 환히 비추길 바 라며 격려의 하이파이브를. 행운과 건강이 늘 함께하기를.

___방송

KBS 드라마스페셜. 한국방송 제공
KBS 드라마스페셜. 한국방송 제공
미안하다 _모든 단막극에 경의를

정말입니다. 사랑이 식은 건 아니었어요. 늘 응원했습니다. 다만, ‘션샤인’에 잠시 눈이 부셔, 다른 곳에 시선을 못 뒀을 뿐. 2018년 가장 미안한 방송, 단막극입니다. 2018년 유독 단막극들이 많았습니다. <드라마 스페셜>(한국방송)에, <드라마 스테이지>(티브이엔)에, 이종석이 나온 <사의 찬미> 등 특집도 중간중간 쏟아졌죠. 명절엔 만들지도 않던 <옥란면옥>까지 뽑아냈군요.

웬일이래! 마음속으로 반가워하면서도, 정작 지면에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변명하자면 맥이 빠지기도 했어요. 단막극의 중요성을 알리는 기사를 매년 소개해왔습니다. “기성 제작진은 실험적인 시도에 나서고, 신인을 양성하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려니, 민망하기도 하고 관심 없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지쳤을까요. 그러나, 그럼에도 미안합니다. 하나둘 늘수록, 이럴 때일수록 줄지 않도록 쐐기를 박았어야 했는데, 관심을 놓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게 단막극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2018년 미안했다 단막극이여, 2019년 다시 한번 힘내보자!

윤희석. 한겨레 자료사진
윤희석. 한겨레 자료사진
응원한다 _기본이 된 배우, 윤희석

샛길로 새지 않고, 남의 등에 업혀가지 않고 그냥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 그냥 잘됐으면 좋겠는 사람, 배우 윤희석입니다. 이선균, 오만석과 대학 동기죠. 오만석이 뜨고 이선균이 떴는데, 그는 아직 천천히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를 눈여겨보게 된 건 10년 전이예요. 2007년 <드라마시티-우리들의 조용필님>에서 불법체류자 조선족 청년으로 나왔을 때죠. 각박한 사회를 살아내는 순수한 청년 연기가 너무 잘 맞아 시선을 끌었습니다. 조용필의 “이제 그랬으면 좋겠네~”도 너무 잘 불렀고. 당시만 해도 옆집 친구 같은 이미지의 배우가 별로 없던 시절이라 튀지 않은 친근함이 좋았습니다. 연기를 하지 않는 듯 연기하는 자연스러움이 장점인 배우입니다. 캐릭터 운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최근 <나쁜 형사>에서 우태석(신하균)을 곁에서 돕는 홍보계장 조두식이 맞춤옷 같아 반갑습니다. 진선규가 그랬듯, 기본이 갖춰진 배우들은 배역만 잘 맡으면 폭발할 순간이 옵니다. 2019년이 윤희석에게 그런 해이기를.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___영화

영화 <허스토리>
영화 <허스토리>
미안하다 _이제 25명 남은 ‘허스토리’

영진위 통합전산망을 보면, 올 한 해 국내 개봉 영화는 1700여편(한국영화 600여편)이나 됩니다. 산술적으로 하루 평균 4.6편이 스크린에 걸린 셈이네요. 영화 기자로서 한해 열심히 보고, 열심히 썼지만 자괴감도 많았습니다. ‘기자의 눈’으로 평가한 작품성과 ‘관객’이 선택한 흥행성이 심히 엇갈렸기 때문인데요. 그 간극이 가장 컸던 작품은 바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관부재판 실화’를 다룬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였습니다. 전문가 평점 9점대를 기록했지만, 이 작품의 누적관객수는 33만6822명에 그쳤습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앤트맨과 와스프>와 경쟁한 점을 고려해도 아쉽기만 합니다. 일부 관객이 단체관람에 나서는 등 의미 있는 활동을 벌인 것, 관록의 배우 김희애가 올해 한중국제영화제 등에서 ‘여우주연상 3관왕’을 기록한 것 등이 그나마 위안거리네요. 이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수는 25명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허스토리>의 뒤를 좀 더 밀어주고 받쳐주지 못한 미안함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배우 김충길. 한겨레 자료사진
배우 김충길. 한겨레 자료사진
응원한다 _30살 대기만성, 김충길

올해는 독립영화 침체기였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추적한 다큐 <그날, 바다>(54만명) 외에 10만명 이상 ‘대박’이 난 작품이 단 한 편도 없었죠. 하지만 ‘독립영화 샛별’은 그 와중에도 빛나더군요. <영주> 탕준상, <살아남은 아이> 성유빈, <당신의 부탁> 윤찬영 등등….

하지만, 제가 응원할 ‘기대주’는 따로 있습니다. 무서운 10대 사이에서 노익장(?)을 뽐낸 <튼튼이의 모험> 김충길입니다. 만 30살에 부일영화상 신인상을 거머쥔 그는 ‘고봉수(감독) 사단’의 일원으로, <델타 보이즈>(2017)에 이어 독특한 비(B)급 연기세계를 구축했죠. 고 감독의 차기작인 상업영화 <봉수만수>에 캐스팅됐다니 활동반경도 넓어질텐데요. 2019년엔 ‘병맛’과 ‘비급’의 구린 향기를 더 널리 풍겨주길 기대해봅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___음악

최은진이 젊은 인디 음악인과 함께 1930년대 근대가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앨범 <헌법재판소>. 수류산방 제공
최은진이 젊은 인디 음악인과 함께 1930년대 근대가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앨범 <헌법재판소>. 수류산방 제공
미안하다 _한국의 피아프, 최은진

“프랑스에 에디트 피아프가 있고 미국에 엘라 피츠제럴드가 있다면 한국엔 최은진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조진국 작가가 2010년에 했던 얘기입니다. 당시 최은진은 ‘오빠는 풍각쟁이’ 등 1930~40년대 만요를 당대 분위기로 부른 음반 <풍각쟁이 은진>을 냈었습니다. 저는 짧은 기사로 음반을 소개하고는 이내 잊었습니다.

지난 11월 최은진이라는 이름을 다시 마주했습니다. 새 앨범 <헌법재판소>를 낸 겁니다. 이번에도 1930년대 노래들이었는데, 젊은 인디 음악인들과 협업해 트렌디하게 재해석했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음악을 듣고 홀딱 빠졌습니다. 최은진을 인터뷰해 기사를 크게 쓰고, “끝내주는 음악이 나왔다”고 여기저기 소문내고, 공연도 갔습니다. 하지만 부족했나봅니다. 이 음반의 매력을 알아준 이들은 여전히 극소수입니다. 미안한 마음을 담아 외쳐봅니다. “은진 철도 고고고~!”(음반 첫번째 곡 제목)

챠챠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첫 솔로 곡 ‘모모’를 발표한 차승우. 포크라노스 제공
챠챠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첫 솔로 곡 ‘모모’를 발표한 차승우. 포크라노스 제공
응원한다 _기타 차승우의 홀로서기

차승우는 기타리스트입니다. 펑크록 밴드 노브레인의 초대 멤버로, 이후 문샤이너스, 모노톤즈 등 밴드를 이끌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모노톤즈 멤버 2명이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밴드가 해체돼습니다. 당시 막 개봉했던, 모노톤즈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인 투 더 나잇>도 상영을 중단했습니다.

한동안 침묵하던 차승우는 지난 7월 챠챠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첫 솔로 곡 ‘모모’를 발표하고 홀로서기에 나섰습니다. 노래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결국 모든 게 무너진대도 또다시 새벽은 밝아오고/ 여전히 우리들의 삶 속엔 빛나는 무언가가 있지/…/ 사실 모든 걸 헤쳐나갈 지혜가 어차피 나에게는 없어/ 다만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더 많은 곡들을 발표할 차승우의 아름다운 2019년을 응원합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___공연

연극 <달의 저편>. 엘지아트센터 제공
연극 <달의 저편>. 엘지아트센터 제공
미안하다 _‘달의 저편’ 감동받고도…

클래식·뮤지컬·연극 등 장르가 넓다 보니 본 것 보다 못 본 공연이 훨씬 많습니다. 공연 일정이 짧아서 감동받고도 기사로 다루지 못한 훌륭한 공연은 아쉬워서 자꾸만 생각납니다. 그중 하나가 캐나다 연출가인 로베르 르빠주의 연극 <달의 저편>입니다. 달 탐사를 둘러싼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사를 이미지와 영상을 사용해 전위적으로 만든 작품인데요. 빨래가 돌아가던 둥근 세탁기 창문이 달도 되고, 금붕어가 담긴 어항도 되는, 상상력 풍부한 무대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달의 저편>을 또 언제 만날지는 알 수 없지만 ‘천재 연출가’인 르빠주는 내년 5월에 자신의 유년시절 기억을 담은 <887>이란 작품으로 돌아옵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연출가니 <887>은 “놓치지 않을 거예요!”

지난달 30일 지팡이를 짚고 무대에 선 지휘자 주빈 메타. 빈체로 제공
지난달 30일 지팡이를 짚고 무대에 선 지휘자 주빈 메타. 빈체로 제공
응원한다 _주빈 메타 그를 다시 보길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공연이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있었던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내한공연은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75)이 건강상의 이유로 내한을 취소해 주빈 메타(82)가 ‘대타’로 무대에 섰습니다. 하지만 메타 역시 지난해 말 어깨 종양 제거 수술을 받는 등 몸이 편치 않은 상태였죠. 역시나 지팡이를 짚고 부축을 받으며 메타가 무대에 등장하자 관객들은 술렁였습니다. 지휘대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지휘할 만큼 쇠약한 상태였는데도 메타는 완벽했습니다. 1부에서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한 예브게니 키신보다 돋보였고, 2부에서 들려준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는 세계 클래식 무대를 주름잡다 이제 은퇴할 날이 가까워진 그의 모습과 겹쳐져 감동적이었죠. 본 공연을 마친 단원들이 악기를 자리에 내려놓고 존경심을 담아 기립박수를 칠 땐 뭉클했습니다. 메타! 2018년이 마지막 내한일지 모른다는 한국 팬들의 걱정을 말끔히 씻어주세요! 건강하세요!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___전시

2002년 에르메스상 수상전시 때 선보인 박이소의 설치작품 <당신의 밝은 미래>
2002년 에르메스상 수상전시 때 선보인 박이소의 설치작품 <당신의 밝은 미래>
미안하다 _요절 작가 박이소 회고전

박이소(1958~2004). 한국 현대미술에 여전히 그림자를 드리운 이 요절작가의 이름이 올해 내내 머리 속을 맴돌았습니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 압축성장으로 쌓아올린 한국 사회의 부박한 속내를 ‘후지다’는 개념으로 단박에 간취한 그의 헐렁한 설치작품과 영상, 회화에 청년 작가들은 열광했지요. 비판 풍자를 넘어 한국 미술이 현실에 발언하는 새로운 돌파구를 뚫은 박이소의 회고전이 올해 7~12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지만, 결국 인연은 닿지 않더군요. 작업일기 등 수백점의 미공개 자료들이 선보였지만, 두세차례 고인과 절친했던 기획자들의 재조명 전시가 있었던 터라 더욱 색깔있는 전시를 고대했던 마음이 발길을 머뭇거리게 했던 듯합니다. 9~11월 경북대 박물관의 실크로드 특별전을 취재한 뒤 못다룬 것도 아쉽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에 건너가 세계적인 실크로드 학자가 된 이구조(1922~2016) 선생의 일대기와 비단길 타고 펼쳐진 고대 유리공예·직물 교류사를 실물을 통해 볼 수 있는 드문 자리였습니다.

유비호 작가
유비호 작가
응원한다 _유비호 작가에게 빛이 들길

미디어아티스트 유비호 작가는 세계 각 도시의 난민과 보통 사람들이 거울로 내비친 빛의 조각들을 들고 연말 미술판 구석을 밝혀줬습니다. 11월말~이달 초 서울 연남동 ‘공간 41’의 신작전 ‘꽹과리 은하수 편지’에서 작가는 내면의 빛과 소리들을 공간에 담아냈습니다. 갈등의 시대 생존과 평화를 바라는 소망은 사람들의 빛조각과 아내를 저승에 앗긴 음악가 오르페우스의 비극을 모티브 삼은 예언자의 목소리 등으로 울려나왔습니다. 온기가 물씬한 아날로그 영상 작업을 지속해온 그의 건투를 바랍니다. 대안 사진장터를 운영하면서 공간의 질감과 물성이 현실과 한몸이 되는 다큐사진을 찍어온 홍진원 작가도 떠오릅니다. 올해 개인전은 소개하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꼭 눈여겨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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