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오케스트라 아리랑 임복희 예술감독 등
“수업시간에 장난치고 떠들어서 미안합니다. 선생님한테 정이 많이 들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부모를 따라 광주에 와 살고 있는 박 베로니카(10·초등3)양은 바이올린 선생님께 영상 편지를 보냈다. 지난 해 4월 창립된 ’고려인마을 청소년 오케스트라 아리랑’(이하 아리랑, 단장 박정연) 단원이 된 뒤 처음으로 만져본 바이올린을 가르쳐 준 게 감사해서다. 베로니카는 20여 명의 단원들과 매주 1~2회 광산구 월곡동 바람개비 아동센터에서 악기 연주법을 배우며 음악인의 꿈을 키우고 있다. 오케스트라 아리랑은 사단법인 고려인마을과 광주문화재단 주최로 지난 25일 호남대에서 열린 고려인 동포 송년잔치 때 처음으로 무대에 섰다. 단원들은 ‘아리랑’, ‘작은 별’, ‘나의 살던 고향’, ‘환희의 송가’ 등 4곡을 연주했다. 이날 연주회에선 단원들이 꼬불꼬불 정성스레 한글로 쓴 ‘연주하는 게 기분이 좋다’는 내용의 영상 편지도 공개됐다.
‘재능기부’로 악기 연주를 가르치는 이들은 해외 유학파 음악인들이다. 아리랑 예술감독 임복희씨는 전남대와 벨기에 왕립 브뤼셀음악원을 졸업하고 현재 광주시립교향악단 단원으로 활동중이다. 바이올린 전공자인 송희경씨도 독일에서 음악공부를 한 광주시향 단원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유학한 김태은씨는 고려인 청소년들에게 첼로를 지도한다. 아이들의 악기는 도경건설의 도움으로 구입했다. 임복희 예술감독은 “언어 소통이 잘되지 않지만, 아이들의 마음이 순수해 수업에 집중을 잘하기 때문에 가르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며 “정체성이 혼재된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심리적 불안감을 이겨내는 힘을 기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려인은 디아스포라(이주)의 슬픈 역사를 안고 있다. 고려인들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 등의 목적으로 옛 소련 연해주로 이주했다가 1937년 우크라이나와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됐던 동포들을 말한다. 황무지를 일구며 삶의 터를 가꿨던 고려인들은 1991년 옛 소련이 무너지면서 경제적으로 성장한 고국으로 눈을 돌렸다.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 마을은 2001년 고려인 동포들이 이주하기 시작해 해마다 그 수가 늘어 지금은 4천여 명이 거주하는 국내 최대의 고려인 동포 거주지가 됐다. 고려인 3세, 4세 동포들 대부분은 인근 하남·평동산업단지 공장 등지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광주에 정착한 고려인 동포들은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와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문화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송희경·김태은씨 3명 재능기부로
광주 고려인 4·5세 20여명 지도
벨기에 독일 등서 공부한 유학파
작년 4월 만들어 매주 1~2차례
성탄절 첫 공연 ‘아리랑’ 등 4곡 연주 “러·중앙아시아 무대에도 서야죠” 고려인 청소년들은 언어 때문에 학교 생활 적응이 쉽지 않다. “엄마 아빠 모두 일터에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온다. 나는 한국말을 몰라서 고등학교에 안 가고 그냥 집에 있다. 어른이 돼서 돈을 벌고 싶지만, 그러면 한국을 나가야 하니까 차라리 더는 나이를 먹지 않으면 좋겠다.” 지난 8월 고려인인문연구소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광주 거주 고려인동포 청소년의 생활 실태에 관한 탐색적 연구’라는 논문에 실린 고려인 동포 4세 ㅇ(17)양의 심층 인터뷰 내용이다. 더욱이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은 3세까지만 재외동포로 인정하고 있어서 한국에서 적응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케스트라 아리랑은 4세, 5세들을 보듬는 따뜻한 울타리가 되고 있다. 윤경미 아리랑 사무국장은 “이주 노동자인 부모들과 달리 한국에서 성장하는 고려인 청소년들을 우리 사회가 따뜻하게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를 떠올렸다. 엘 시스테마는 1975년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빈곤 청소년을 위한 음악교육시스템이다. 윤 사무국장은 “학부모들과 모임을 갖고 아이들이 음악에 재능을 보이면 음악을 전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점 등을 미리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아리랑은 고려인 청소년들에게도 큰 자부심이 되고 있다. 성탄절 송년잔치 무대가 끝난 뒤 아이들은 “우리들 멋졌냐?”고 물었다. 학부모들도 임복희 예술감독 등 교사들에게 “아이들이 자부심을 갖게 해줘 고맙다”며 손을 꼭 잡았다. 아리랑은 앞으로 문화 교류 친선대사 역할이라는 희망도 일궈 갈 참이다. 고려인 청소년들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이 혼재됐다는 점은 앞으로 문화다양성 시대에선 장점이 될 수 있다. 임복희 아리랑 예술감독은 “남북 철도가 연결되는 시대가 왔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문화사절단이 되는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임복희 고려인마을 청소년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아리랑 제공
지난 해 4월 창립된 ’고려인마을 청소년 오케스트라 아리랑’(단장 박정연) 단원들이 광주 광산구 바람개비 지역아동센터에서 악기 연주법을 배우고 있다. 아리랑 제공
광주 고려인 4·5세 20여명 지도
벨기에 독일 등서 공부한 유학파
작년 4월 만들어 매주 1~2차례
성탄절 첫 공연 ‘아리랑’ 등 4곡 연주 “러·중앙아시아 무대에도 서야죠” 고려인 청소년들은 언어 때문에 학교 생활 적응이 쉽지 않다. “엄마 아빠 모두 일터에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온다. 나는 한국말을 몰라서 고등학교에 안 가고 그냥 집에 있다. 어른이 돼서 돈을 벌고 싶지만, 그러면 한국을 나가야 하니까 차라리 더는 나이를 먹지 않으면 좋겠다.” 지난 8월 고려인인문연구소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광주 거주 고려인동포 청소년의 생활 실태에 관한 탐색적 연구’라는 논문에 실린 고려인 동포 4세 ㅇ(17)양의 심층 인터뷰 내용이다. 더욱이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은 3세까지만 재외동포로 인정하고 있어서 한국에서 적응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케스트라 아리랑은 4세, 5세들을 보듬는 따뜻한 울타리가 되고 있다. 윤경미 아리랑 사무국장은 “이주 노동자인 부모들과 달리 한국에서 성장하는 고려인 청소년들을 우리 사회가 따뜻하게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를 떠올렸다. 엘 시스테마는 1975년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빈곤 청소년을 위한 음악교육시스템이다. 윤 사무국장은 “학부모들과 모임을 갖고 아이들이 음악에 재능을 보이면 음악을 전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점 등을 미리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아리랑은 고려인 청소년들에게도 큰 자부심이 되고 있다. 성탄절 송년잔치 무대가 끝난 뒤 아이들은 “우리들 멋졌냐?”고 물었다. 학부모들도 임복희 예술감독 등 교사들에게 “아이들이 자부심을 갖게 해줘 고맙다”며 손을 꼭 잡았다. 아리랑은 앞으로 문화 교류 친선대사 역할이라는 희망도 일궈 갈 참이다. 고려인 청소년들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이 혼재됐다는 점은 앞으로 문화다양성 시대에선 장점이 될 수 있다. 임복희 아리랑 예술감독은 “남북 철도가 연결되는 시대가 왔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문화사절단이 되는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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