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한 번의 연주로 끝나는 독주회가 아니라 시리즈 형태로 관객들과 만나는 공연을 꿈꿔왔는데 상주음악가 제안을 받고선 ‘드디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시간이 왔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금호아트홀의 ‘올해의 상주음악가’로 박종해(29) 피아니스트가 선정됐다. 지난 2013년부터 운영된 상주음악가 제도는 만 30살 이하의 촉망받는 젊은 연주자의 음악 세계를 소개하고 연주자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첼리스트 문태국 등이 상주음악가에 선정됐었다. 박종해는 나고야 국제음악콩쿠르 2위(2008),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최연소 연주자 특별상(2010) 등을 받으며 일찌감치 주목받은 연주자로 지난해 준우승한 게자 안다르 콩쿠르에선 “강한 내면과 진심 어린 감성을 모두 표현해내는 최고 수준의 연주자”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종해는 “2005년 금호 영재 콘서트로 데뷔했는데 그 이후로 거의 2년에 한 번 정도는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를 열었던 것 같다”면서 “돌이켜보면 금호아트홀은 제가 어디까지 왔고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실감하는 ‘검증의 무대’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종해는 오는 10일 공연을 시작으로 3·5·8·12월에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타이틀을 걸고 청중들과 만난다. 한 번의 실내악과 네 번의 독주회로 진행되며, 상주음악가 최초로 위촉곡(전민제 작곡가의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도 연주할 예정이다. 첫 번째 무대는 고도프스키의 ‘르네상스 모음곡’,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9번’,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소나타 7번’ 등을 준비했다.
“올해 제가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됐어요. 슈베르트 소나타는 서른이 되면 꼭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던 곡입니다. 프로코피예프는 어렸을 때부터 많이 쳤지만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이번엔 훨씬 깊이 있는 연주를 해보려고 해요.”
주위 동료나 지인들로부터 ‘피아노를 가지고 참 잘 논다’는 평을 들어온 그는 즉흥연주를 잘하는 피아니스트로도 유명하다. 상주음악가 프로그램의 부제가 ‘플레이 그라운드: 피아노로 놀다’인 만큼 즉흥연주를 들을 기회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앙코르에서 할지도 모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금호아트홀은 올해 4월 말을 기점으로 광화문 시대를 끝내고 신촌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박종해는 광화문에서 두 번, 신촌에서 세 번의 연주를 하게 된다. “두 개의 공연장에서 연주하는 최초의 상주음악가라 감회가 남달라요. 어렸을 때부터 서온 곳이라 광화문이 애틋하지만 앞으로 옮기는 홀도 저한테 애틋한 곳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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