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최근 출토된 집모양 토기. 앞지붕은 삿갓형이고 뒤로 갈수록 둥그런 원형으로 바뀌는 독특한 변환식 지붕 얼개를 보여준다.
1600년전 가야 사람들이 살았던 집은 어떤 모양으로 생겼을까. 이런 의문을 풀어주는 집 모양 토기 한 점이 경남 김해에서 발견됐다. 지붕 앞부분은 삿갓형, 뒷부분은 둥그런 원형을 띤 특이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양식의 고대 가야 가옥 형식이 출현했다는 평가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2015년부터 발굴조사 중인 4~6세기 금관가야 왕궁추정터인 김해 봉황동 유적(국가사적)에서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집모양토기(가형토기)와 말발걸이(등자)를 최근 찾아냈다고 9일 발표했다.
집모양 토기는 4세기 말~5세기 초의 건물터 주변에서 나왔다. 토기에 묘사된 집은 평면 반원형의 벽체를 갖고있다. 정면에는 네모꼴로 열린 여닫이문이 보인다. 문 아래에는 받침대가 놓여 있고, 벽체 한쪽 면에는 둥그런 봉창(환기창)을 틔워놓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붕 모양이다. 앞부분은 지붕 양면을 삿갓형(∧)으로 맞세운 맞배지붕이고 뒤쪽으로 갈수록 지붕의 각이 사라지면서 둥근 원형으로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가야의 집 모양 토기는 오래 전부터 창원 다호리, 기장 가동, 함안 소포리 등 경남권 유적에서 간간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경남 진해 석동 유적에서 지상의 여러 기둥 위에 건물을 올린 토기가 출토된 바 있다. 기존 가옥형 토기들은 대부분 땅 위에 기둥만 세워 틔워놓고 그 위에 구조물을 올린 고상식(高床式)이며, 상부는 맞배지붕을 한 형태였다. 이번에 나온 집 모양 토기는 기존의 가야 토기와 형식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단연 눈길을 끈다. 지면에 벽체와 시설이 바로 붙어있고, 맞배지붕과 원형지붕이 뒤섞인 양식까지 덧붙은 집 모양은 처음 확인되는 사례다. 흥미로운 건 중국의 3세기 고대 사서인 <삼국지>의 ‘동이전’에 이번에 출토된 집모양 토기의 양식을 뒷받침하는 기록이 나온다는 점이다. ‘동이전’에는 당시 한반도 남부 삼한 소국들의 가옥을 묘사한 대목이 보이는데, ‘......거처는 초가집과 흙방으로 짓는데, 모양이 무덤과 같으며, 그 문이 위에 있다’라고 기록해놓았다. 연구소 쪽은 “이번에 출토된 집모양 토기의 모양새는 <삼국지>의 이런 문헌사 기록과 잘 부합돼 당시 고대 가야 가옥의 건축 구조와 생활사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고 있다.
학계의 눈길을 끄는 또다른 관심거리는 고대 가야인들이 말을 탈 때 사용한 말발걸이다. 연구소가 집모양 토기와 함께 발견해 유물 세부를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나타난 바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제작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말발걸이는 불을 피워 생산품을 만든 시설 흔적인 소성(燒成)유구를 발굴하다 출토됐는데,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의 특수장비로 촬영한 결과, 발걸이 고리부분에서 접합부가 발견되었다. 출토된 말발걸이는 고리를 둥근 형태로 연결하고, 연결부분에 각각 구멍을 뚫어 철심을 박는 ‘리벳(rivet)접합’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국시대 말발걸이가 대개 발을 거는 고리부분에 접합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얼개의 말갖춤 유물이 나온 것이다. 연구소 쪽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말발걸이 제작방식으로, 마구 제작기술과 제작방식 변천 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밝혔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집모양 토기의 앞부분. 열린 여닫이 문이 보인다.
집모양 토기 정면을 시알(CR)기법으로 정밀 투시촬영한 사진.
집모양 토기와 함께 나온 말발걸이(등자). 고리 부분에서 삼국시대 대부분의 등자에는 나타나지 않는 접합부가 발견돼 학계의 눈길을 끌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