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 설계공모 당선작 발표 이후 위치 이전을 놓고 논란이 된 이순신 장군상을 광화문 네거리에 그대로 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당선작인 ‘딥 서피스―과거와 미래를 깨우다’의 본래 설계안은 이순신 장군 동상을 삼군부 터(정부서울청사) 쪽으로 옮기는 방안이었으나 이에 대해 반대 여론이 일자 서울시는 “시민들이 원하면 존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딥 서피스’ 설계에 참여한 김영민(사진) 서울시립대 교수(조경학과)는 23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광화문광장처럼 중요한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여론을 반영해 설계안을 가다듬고 조정하는 것은 ‘열린 설계’ 과정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딥 서피스’ 설계엔 김 교수를 비롯해 진양교·성낙일·김희진 등 건축·조경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김 교수는 “우리는 ‘비움’이라는 설계 콘셉트를 명확히 보여주기 위해 장군상을 옮기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지금 자리에 놓더라도 애초 설계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장군상 위치에 대해선 유연한 태도로 답했지만 ‘이순신 장군상을 밀어내고 촛불광장을 만들려 한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엔 명확히 선을 그었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촛불은 광화문광장의 현대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다. 우리는 조선시대의 육조거리 같은 역사적 의미뿐 아니라 광화문광장이 지닌 현대사적 의미까지 표현하려고 했다”며 “광장 바닥 표면에는 형태적으로 종묘의 박석, 김환기 화백의 점묘화에서 영감을 얻은 문양을 구상했다. 점묘화를 이룬 점 하나하나처럼 개인이 광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공감하며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에 대한 보편적 상징인데 이를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딥 서피스’에서 제시된 광화문광장의 밤 풍경.
하지만 김 교수는 세종대왕상 이전과 관련해선 “지상은 비우되 지하 공간은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 우리 설계안의 핵심이라 세종대왕상을 그대로 둔다면 지하 공간을 설계하는 데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들도 세종대왕상 이전에 대해선 대부분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딥 서피스’를 바탕으로 앞으로 1년가량 설계용역을 거친 뒤 내년에 광장 공사를 시작해 2021년 준공할 계획이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