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에서 열린 월페커즈 게임 참가자들이 가상의 기자가 되어 기사 작성을 위한 문장을 고르고 있다. 사진 놀공 제공
유빙이 떠 있는 임진강을 건널 때 열차 안은 잠시 조용해졌다. 24일 오전 서울역에서 출발한 디엠제트(DMZ)-평화열차에 몸을 실은 110여명의 승객들은 한국전쟁 때 폭격 맞아 교각만 남아 있는 임진강 철교에 눈길을 고정했다. 이날 파주 도라산역에서 첫선을 보이는 게임 ‘월페커즈’에 참가하러 가는 길이었다. 월페커즈는 주한독일문화원과 게임·놀이 개발업체인 ‘놀공’이 기획한 것으로 분단의 비극을 겪은(겪고 있는) 독일과 한국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교육게임’이다. ‘장벽을 무너뜨린 사람들’을 뜻하는 월페커즈는 특히 올해 독일과 한국에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2019년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30돌이 되는 해이자, 2차 북미정상회담 등 70여년간의 남북 분단체제를 극복할 중요한 일정들이 잡혀 있다.
게임이 열리는 도라산역 종합관리동에 들어서자, 한가운데는 그림·사진과 텍스트를 곁들인 패널들이 한가운데 전시돼 있었다. 누가(Wer) 언제(When) 무엇을(Was) 어디서(Wo) 어떻게(Wie) 왜(Warum) 6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 독일과 한국 현대사의 주요 장면을 기술하는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게임 참가자들은 먼저 휴대폰에 월페커스 앱을 깔고 ‘분단 전문기자’로 프레스 등록을 한 뒤 정치·사회·문화·스포츠·인물 등 분야를 선택해 기사를 작성하게 된다. 패널에 적힌 텍스트를 활용해 기사를 완성하는데, 기사를 많이 쓸수록 포인트를 쌓아 인턴-기자-편집기자-편집장 등으로 ‘승진’하도록 설계돼 있다. 정치 분야를 선택한 기자는 베를린장벽 건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표방한 ‘동방정책’(1969), 첫 동서독 정상회담(1970),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1972), 에리히 호네커-헬무트 콜의 본 정상회담(1987), 남북기본합의서 발표(1991), 평양에서 열린 첫 남북정상회담(2000), 판문점선언(2018) 등 9개의 기사를 작성했다. 현직 기자라는 직업적 자존심(!)을 걸고 주어진 30분 동안 눈에 불을 켠 채 행사장을 누볐다. 슈테판 아우어 주한독일대사도 게임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이후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과 같이하는 대담 무대에 조금 늦게 등장할 정도로 몰입했다. 피터 리 놀공 공동대표는 “정세현 전 장관을 비롯해 한반도 전문가들과 독일 외교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교류와 화해’라는 관점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골라냈다”며 “이 게임을 기획한 2016년께만 해도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어 어려움이 있었지만 두 나라 전문가들의 협조와 관심으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월페커즈는 독일의 경우 지난 17일 베를린장벽기념관에서 플레이어들을 처음 만났으며, 한국에선 2월9일까지 서울시청의 시민청 시티갤러리에서 일반 시민들을 맞는다. 도라산역/글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