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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일 제국주의 기획물 ‘일상의 식민화’

등록 2005-02-03 19:28수정 2005-02-03 19:28

한국사회사학회 심포지엄
“친일청산 중요근거 제공”

한국사회사학회(회장 정근식)가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와 일상생활의 변화’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시작된 이 자리는 4일 오후 6시까지 서울대 사회과학관에서 계속된다.

‘일제 시대의 일상’이 어떻게 구조화됐는지의 문제는 친일 청산, 식민지 근대화, 식민지 수탈 등의 거시 담론에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 당시 조선인의 ‘안온한 일상’을 근거로 한 미시사적 접근으로 ‘친일’의 문제를 형해화하는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번 심포지엄은 식민지 시기 조선인의 일상이 ‘제국주의적 식민지 기획의 결과’라는 점을 강하게 드러낸다. 그들의 일상은 식민지배와 무관한 ‘청정지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식민지 조선의 일상은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이자 지속적 저항과 긴장관계를 야기하던 장”(주윤정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이었다.

이 공간에서 전시동원체제와 군사교육이 조선인의 ‘신체’를 속박하고(신주백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책임연구원), 일제의 의복통제가 전통 의복의 경시로 이어졌으며(공제욱 상지대 교수), 영어교육의 제도화가 새로운 언어지형을 형성시켰다(강내희 중앙대 교수).

정근식 교수(서울대)는 이에 대해 “일반 민중의 삶의 방식이 식민지 국가권력이 강제하는 프로젝트에 의해 포획되고 변화되기를 강요받은 시기”라고 짚었다. ‘생활세계의 식민화’는 일제가 추진한 일상생활의 재조직화 기획과 잇닿은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생활개선이나 합리화 담론은 “일반 민중의 절대적 빈곤과 궁핍화를 전제로 한 것인 동시에, 담론의 효과로서 생활세계를 변화”시켰다. 문제는 결국 ‘안온한 일상이 존재했다’는 발견이 아니라, 이런 일상을 이상향으로 여기게 만들었던 기획과 그 기획의 주도자라는 것이다.

‘지식인의 친일의식’을 주제로 한 윤건차 교수(일본 가나가와대)의 지적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윤 교수는 “최근 일부 지식인들이 서구의 민족·민족주의 개념을 빌려 ‘친일’ 개념과 범주를 희석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조선 내셔널리즘과 일본 내셔널리즘을 등치시킨 이광수·서정주 등의 ‘친일의 내적 논리’의 허점을 비판하면서, “친일은 반민족 행위일 뿐만 아니라 파시즘에 대한 협력이라는 차원에서 인류 전체에 대한 배신”이라고 강조했다.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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