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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아트허브 꿈꾸는 상하이…변두리 미술관도 ‘270억 명작방’

등록 2019-03-05 05:00

중국 현지 미술 전시 답사기
최고 경매가 1~4위 김환기 명품에
구치-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 화제
국제 장터도 ‘아트바젤홍콩’ 급으로

2000년 베이징 아류로 치부됐지만
기업 큰 손들 문화력 경쟁 뛰어들며
최근 10년 새 질적 압축 성장 이뤄

미술인들, 예술 신도시 프로젝트 등
현대미술 대안 공간 꾸미기에 집중
파워롱미술관 5전시장에 나온 거장 김환기의 명품 방. 국내 경매가격 고가 1~4위 대작 4점이 한자리에 내걸렸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분홍빛 색면 작품이 지난해 경매에서 85억3천만 원에 낙찰된 전면점화 <3-Ⅱ-72 #220>다. 넉점의 경매 낙찰가를 모두 합치면 270억원에 달한다.
파워롱미술관 5전시장에 나온 거장 김환기의 명품 방. 국내 경매가격 고가 1~4위 대작 4점이 한자리에 내걸렸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분홍빛 색면 작품이 지난해 경매에서 85억3천만 원에 낙찰된 전면점화 <3-Ⅱ-72 #220>다. 넉점의 경매 낙찰가를 모두 합치면 270억원에 달한다.
‘270억원 짜리’ 명품방이라고 했다.

파랑, 분홍, 노랑의 점과 선으로 촘촘히 채워진 색면, 점 하나하나까지도 크고 작은 우주이자 별들로 빚어낸 추상미술의 거장 수화 김환기(1913~1974)의 특별한 방이 이역 땅에 꾸려졌다. 전시장 꾸밈을 맡은 코디네이터가 말했다. “환하고 화사한 이미지를 쓰는데도 불안정함보다 평온함을 안겨주는 능력이 돋보입니다. 중국인들이 볼 때는 조용히 앉아 좌선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을 준다는 것이죠.”

최근 상하이 한 대형 미술관에 국내 경매가 최고액 순위 1~4위를 차지한 수화의 명품들 사이를 거닐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2017년 설립된 중국 부동산 재벌 파워롱그룹 산하의 파워롱미술관 5전시실이다. 미술관은 한국 국제갤러리와 손잡고 지난해 11월 8일 ‘한국의 추상미술:김환기와 단색화’ 전을 5, 6전시실에서 개막했다. 추상미술의 대가 김환기(1913~1974)의 최고가 대표작 ‘점화’ 연작 4점을 비롯해 권영우(1926~2013), 정창섭(1927~2011), 박서보(88), 정상화(87), 하종현(84), 이우환(83) 작품 80여점을 한자리에 모은 기획전이다.

상하이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상하이당대예술박물관(PSA).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처럼 굴뚝 달린 발전소를 개조해 현대미술공간으로 만들었다. 지금 열리고있는 상하이비엔날레 알림 휘장이 벽에 붙어있다.
상하이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상하이당대예술박물관(PSA).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처럼 굴뚝 달린 발전소를 개조해 현대미술공간으로 만들었다. 지금 열리고있는 상하이비엔날레 알림 휘장이 벽에 붙어있다.
김환기 명작에 더해 70년대부터 한국 추상미술의 주류를 형성하면서 최근 국제시장에서 주목받고있는 단색조회화(모노크롬)의 시기별 대표작들을 모았다. 일본의 60년대 전위화파 모노화의 선구가 된 거장 이우환의 그림과 설치작품까지 두루 망라했다. 미술관은 도심 외곽 홍차오공항 남쪽의 민항구 차오바오루에 있다. 국내로 치면 인천공항 근교의 영종도 뉴타운에 해당한다. 그룹이 운영하는 대규모 상가센터와 호텔 단지인 파워롱성을 끼고 조성된 미술관 면적은 2만300㎡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맞먹는 크기다. 세운 지 2년밖에 안된 시가 변두리 구역의 미술관에서 한국에서도 한자리에 보기힘든 추상미술 명품들을 쏙쏙 추려낸 기획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창설 당시부터 동양의 동방미학을 토대로 컬렉션과 전시를 하겠다고 공언한 미술관 쪽은 2015년 국제갤러리가 베네치아 비엔날레 단색화 특별전시를 벌일 당시 출품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갤러리 협조 아래 작품을 들여왔다. 기획은 중견큐레이터 왕춘지에에게 맡겼다.

6전시실에 나온 이우환의 돌 설치작품. 뒤쪽에 한점의 획으로만 이뤄진 근래의 연작들이 보인다. 왼쪽 구석의 작품은 하종현 작가의 그림들.
6전시실에 나온 이우환의 돌 설치작품. 뒤쪽에 한점의 획으로만 이뤄진 근래의 연작들이 보인다. 왼쪽 구석의 작품은 하종현 작가의 그림들.
상하이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상하이당대예술박물관(PSA)의 모습.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처럼 굴뚝 달린 발전소를 개조해 현대미술공간으로 만들었다.
상하이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상하이당대예술박물관(PSA)의 모습.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처럼 굴뚝 달린 발전소를 개조해 현대미술공간으로 만들었다.
지난 2일 끝난 파워롱의 단색화 전시는 상하이 아트신의 거침없는 약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미술품 컬렉션과 미술관 운영은 돈의 힘만으론 안된다. 그런데 지난 10년 사이 중국 상하이는 미술관, 미술품 컬렉션 분야에서도 질적인 압축성장을 과시하고 있다.

상하이는 2000년대 초만해도 베이징의 아류나 2~3류 수준으로 치부됐다. 그런데 2010년 상하이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중국 경제를 주름잡는 상하이의 기업가 큰 손들이 대거 미술관 건립과 컬렉션 경쟁으로 ‘문화력’ 싸움에 나섰다. 리움 규모의 대형 사설 공영미술관이 9년여 사이에 40곳 넘게 들어섰을 뿐 아니라 서구 미술시장에서 상하이 출신 큰손들이 보란듯이 명작을 싹쓸이하고 있다. 큰손들은 미술관 인프라 투자뿐 아니라 전시 콘텐츠를 위해 한국이나 서구쪽 기획자, 작가들을 거액을 주고 스카웃하거나 수시로 초청한다.

옛 프랑스조계 지역으로 고색창연한 건축물들이 많은 상하이 우캉루 거리에 최근 들어선 화랑의 모습.
옛 프랑스조계 지역으로 고색창연한 건축물들이 많은 상하이 우캉루 거리에 최근 들어선 화랑의 모습.
지난해 늦가을 상하이 미술판은 만만치않은 전시들을 과시했다. 유즈미술관은 명품브랜드 구치와 기획자 겸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손잡고 만든 복제미술 조명전 ‘아티스트 이즈 프레즌트’(‘Artist is Present)를 열어 세계 미술판의 화제를 집중시켰다. 롱미술관은 페미니즘 미술의 거봉 루이스 부르주아 전을 열었는데 그의 대표작인 대형 거미 조형물 ‘마망’을 층고가 높은 전시홀에 선보여 역대 마망의 전시 공간 가운데 손꼽히는 풍경을 만들어냈다는 호평이 나왔다. 국제 장터의 열기나 수준도 세계 지존인 아트바젤홍콩 못지않다. 황푸강 서안의 푸시지구에서 열린 웨스트번드 아트앤드디자인페어는 현지 지점을 앞다퉈 차린 세계 유력 화랑들의 참가가 갈수록 늘고있다. 10일까지 열리는 상하이비엔날레도 상하이 당대예술박물관(PSA)에서 ‘우보(진보와 퇴행을 응축한 의미)’란 주제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공얀 피에스에이 관장은 4월말 이우환 작가와 푸른빛 연작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요절 거장 이브 클라인의 대형 2인전 개최와 세계 순회전 계획을 최근 확정하기도 했다.

‘우보(전진)’을 주제로 열리고 있는 상하이비엔날레 전시장 들머리.
‘우보(전진)’을 주제로 열리고 있는 상하이비엔날레 전시장 들머리.
상하이 미술인들은 뉴욕, 런던을 대체할 21세기 아트허브를 꿈꾼다. 마침 연초 인도네시아 작가들이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독일 카셀 도큐멘타를 접수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중국 현지 미술계에서는 올해가 아닌 2021년 베네치아 비엔날레도 중국 등 아시아권 기획자들이 접수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인프라 확대 방안도 계속 거론된다. 시 외곽의 바오산 제철소 단지의 수십㎢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예술 신도시를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고, 중국 정부의 자유무역항 구상에 발맞춰 미술품 면세 지역을 도입하자는 논의도 일어나고 있다. 후진적인 검열 관행과 거래액의 20% 이상을 세금으로 물리는 세제가 걸림돌로 지목되는 가운데, 현대미술의 대안 허브공간으로 상하이가 등극할 수 있을지가 세계 미술계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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