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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북한미술 교류 물꼬 터 한국미술사 복원하겠다”

등록 2019-03-05 18:54수정 2019-03-06 03:04

윤범모 새 국립현대미술관장 5일 취임간담회

공모 불공정 시비 날선 질문 공세에
“제 능력부족·부덕 때문” 몸 낮춰

민중미술 편향성 논란에는 “기우”
소신·원칙론 내세워 단호히 반박

근현대미술사 망라 통사 작업 추진
비정규직 인력·조직개편 협의 약속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관장 집무실에서 만난 윤범모 신임관장.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관장 집무실에서 만난 윤범모 신임관장.
“관장이 된 것을 두고 코드인사, 공정성 논란이니 말들이 많은데, 사퇴할 생각 없냐고 물으면 뭐라 하실 건가요?”

“통일로 가는 길에 미술이 일조했으면 좋겠다는 발언은 정부 미션을 받은 겁니까?”

“민중미술과 가까워 그쪽 견해만 대변할 것이라는 우려를 어떻게 보십니까?”

첫걸음부터 만만치 않았다. 5일 서울 사간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교육동 강의실에서 열린 윤범모(68) 신임 관장의 취임간담회는 기자들의 공격적인 질의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지난해 11월 이래 석달간 진행된 관장 공모 과정에서 그는 최종 후보자 3명이 치른 공무원 역량평가에서 탈락했으나, 재시험을 치른 끝에 지난달 초 역량평가 합격자를 제치고 관장으로 임명됐다. 당장 문체부로부터 밀어주기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취임 뒤 한달여 만에 열린 간담회에서도 관장 임명을 둘러싼 잡음에 대해 견해를 묻는 내용이 많았다. 민중미술 진영의 평론가라는 출신 이력과 간담회 전 배포 자료에서 북한과의 미술 교류 강화에 대한 소신을 밝힌 것을 놓고 ‘편향’을 문제 삼는 질문도 나왔다. 그는 난처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소신과 원칙론을 섞어 반박하거나 해명했다.

그는 일단 임명 과정에 대해선 “삼십여년 간 미술 현장 전문가로 활동해오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며 “이 정부에서 임명된 입장이기에 (관장 임명논란과 관련한) 외적인 부분은 무어라 말씀드리기가 난감하다. 언론의 비판은 제 능력부족과 부덕 때문이고, 잘하라는 격려와 채찍으로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나 자신에 대해 줄곧 제기된 민중미술 편향성 논란과 관련해서는 “기우”라면서 단호하게 반박했다. 윤 관장은 “나는 민중미술 장점을 잘 이해하는 입장이지만, 제가 발표한 1천여편의 글 가운데 민중미술 관련 내용은 10%도 안되고, 최근 기획한 창원 비엔날레 등의 전시에서도 균형 감각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미술관 운영이나 정책에서도 “두루 통섭하는 균형 감각을 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정 대형 화랑이 출자한 문화재단(가나문화재단) 이사로 활동한 이력에 대한 지적도 나오자 “비영리 순수문화재단의 취지에 동감해 이사로 참여한 것이며, 관장에 임명되면서 최근 사임절차를 마쳤다”고 해명했다.

그가 역점을 둬 강조한 것은 ‘남북미술 교류협력을 통한 한국미술사 복원’이었다. 그는 “북한의 미술관 등과 교류를 활성화해 소장품 교류전, ‘분단극복’을 위한 공동 기획 특별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분단극복, 남북화해 시대에 통일로 가는 길에서 미술관이 일정하게 기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개인 혹은 사설 기관끼리의 교류에 그쳤던 남북미술 교류를 공적기관과의 교류로 공식화시켜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직은 구체적인 추진 상황을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시간을 가지고 북한의 공적기관과 교류를 추진하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면 공개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한국 근현대미술사 통사 작업 계획도 펼쳐 보였다. 그는 “내·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특별 연구팀을 가동하겠다”면서 “근현대미술사를 망라한 변변한 책 한권이 없는 현실에서 연구 역량을 집성해 우리 미술 골간을 이번 기회에 생각해 보고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세우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학예·전시 인력의 비정규직 문제와 4관 체제의 기구 개편과 관련해서는 “나 혼자만으로는 이 거대 조직을 책임지라고 하기엔 너무 방대하다. 제 일을 덜어내는 분관장이 있으면 좋겠다”면서 “인력확충과 조직개편 문제를 관련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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