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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남성 중심 역사가 우릴 망쳤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등록 2019-03-05 23:51

5월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주제
김현진 감독과 여성작가 3명 간담회
전설의 무희 최승희·국극배우 ‘조명’
왼쪽부터 김현진 예술감독, 정은영·남화연·제인 진 카이젠 출품 작가. 사진 노형석 기자
왼쪽부터 김현진 예술감독, 정은영·남화연·제인 진 카이젠 출품 작가. 사진 노형석 기자
오는 5월8일부터 11월24일까지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2019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의 한국관 전시는 동아시아 근대사를 뜯어보는 소장 여성작가 3명의 역사영상 극장으로 꾸려진다. 식민지시대 ‘전설의 무희’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춤꾼 최승희의 예술(남화연), 1950~60년대 성행하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린 여성국극의 배우와 무대의 미학(정은영), 바리공주 설화를 통해 들여다본 근대 이산의 비극(제인진 카이젠)이 세계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제를 장식한다.

한국관 기획자 김현진 예술감독과 남화연·정은영·제인 진 카이젠 작가가 5일 낮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간담회를 열어 이런 전시구상을 내보였다. 김 감독이 서두에 내놓은 전시의 주제는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색다른 문장이다. 2년 전 재미동포 작가 이민진이 재일동포 여성 4대가 겪은 파란만장한 인생담을 담아 출간한 소설 <파친코>에 나오는 첫 글귀다.

“소설처럼 남성 중심의 역사에 굴종하지 않고, 세상의 억압과 시련에도 분투를 두려워하지 않는 최승희, 국극배우 등이 주인공들입니다. 지난 세기 근대사에서 잊히고 버림받거나 비난을 받았던 이들을 새로운 주체로 이야기하려는 겁니다.”

김 감독은 “세 작가의 출품작들은 단순한 시각물에 머물지 않고, 몸이나 춤, 굿, 안무리듬 등의 다양한 퍼포먼스적 요소들을 등장시켜 촉각, 청각 등의 공감각적 요소들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라며 “역동적이고 살아 숨쉬는 영상작업들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승희를 불러낼 남화연 작가는 “원래 무용 안무 작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퍼포먼스와 역사적 아카이브의 관계맺기에 눈길이 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1945년 해방 뒤 최승희가 시도한 ‘동양적 발레’가 어떻게 형성됐는가를 탐구하면서 영상 <반도의 무희>, <이태리 정원>을 만들었다. 최승희와 관련된 역사적 이미지와 사료들을 기반으로 근대화 시기 냉전과 국가주의를 벗어나려 애쓴 예술가의 내면을 플랫폼 형식의 무대를 통해 재구성해보겠다는 생각이다. 10여년 전부터 여성주의의 시선으로 여성국극에 대한 영상작업과 연구를 해온 정은영 작가는 남자역을 맡은 국극배우 이등우와 다음세대 퍼포머들의 성소수자 공연미학을 담은 비디오 설치물을 보여준다. 제주에서 태어나 덴마크에 입양되어 자란 제인 진 카이젠은 출품작 <이별의 공동체>에서 딸이 희생해 부모를 구하고 신이 되는 바리설화를 동아시아 근대사에 집요하게 투영시키는 시도를 했다. 작품을 통해 제주 4·3항쟁의 디아스포라(이산)나 분단 같은 근대 동아시아의 역사적 질곡을 오래된 무속적 서사의 시각으로 새롭게 성찰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그는 내비쳤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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