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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것은 경극인가, 창극인가…한중합작 ‘패왕별희’ 이유있는 변신

등록 2019-03-12 18:49수정 2019-03-12 20:18

국립극장, 대만 우싱궈 연출에 제안
경극 무대·연기에 판소리 결합
입체적 전통예술로 재탄생
창극 <패왕별희>의 연출을 맡은 대만 연기자이자 연출가 우싱궈(왼쪽)와 작창과 음악감독을 맡은 소리꾼 이자람. 국립극장 제공
창극 <패왕별희>의 연출을 맡은 대만 연기자이자 연출가 우싱궈(왼쪽)와 작창과 음악감독을 맡은 소리꾼 이자람. 국립극장 제공
한국과 중국의 전통예술인 창극과 경극이 만나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경극 <패왕별희>가 창극으로 재탄생한다. <패왕별희>는 춘추전국시대의 초한전쟁이 소재로, 초나라 왕인 항우가 한나라와의 전쟁에서 진 뒤 연인 우희와 이별하는 이야기다. 장국영이 출연해 경극 배우들의 아련한 사랑을 그린 영화 <패왕별희>가 워낙 사랑받다보니, 경극 <패왕별희> 또한 애틋하고 아린 느낌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겠다. 창극 <패왕별희>는 초한전쟁 5년간 벌어진 역사적 사건에 초점을 맞춘 동명의 경극을 원작으로 한다. 중국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한국 관객들을 위해 원작과 달리 항우를 배신하고 유방의 편에 선 한신의 이야기 등을 추가해 선보인다.

경극과 창극의 만남은 국립극장이 대만의 유명 경극 배우이자 연출가인 우싱궈에게 제안해 이뤄졌다. 대만 국적의 우싱궈는 경극의 변화를 끊임없이 모색해온 연출가다. 경극 연기자로, 대만 당대전기극장 대표이자 연출가로 약 50년간 경극을 해온 그는 셰익스피어, 카프카 등의 다양한 문학작품을 경극에 차용하고 뮤지컬, 힙합과도 결합해보는 등 경극의 현대화에 힘써왔다.

12일 서울 동대문구 제이더블유(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우싱궈 연출은 “(이번 작품은) 양국의 역사와 문화가 만나는 의미가 있다. 여기에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콘셉트를 잡아가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웃은 뒤 “전통이 세계 관객과 만나고 현대와 융합할 수 있을 때 더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영화 ‘패왕별희’의 한 장면
영화 ‘패왕별희’의 한 장면
한-중 결합 <패왕별희>는 소리는 한국의 판소리에서 빌려오고, 의상과 몸짓 등 시각적인 요소는 중국의 경극에서 따왔다. 우싱궈가 총괄 연출을 하고, 작창과 음악감독은 소리꾼인 이자람이 맡는다. 이 감독은 “7악장으로 펼쳐지는 음악은 판소리 5바탕에 기초해 작업했다. 창극의 민속악단이 수성(노랫소리를 따라 반주하는 것)을 넣어 멋지게 연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항우 역을 맡은 정보권은 이날 간담회에서 궁금해하는 좌중들을 위해 소리 한 대목을 펼쳐보였는데 판소리를 하면서 갖가지 의미가 담긴 경극의 손짓, 몸짓을 선보였다. 소리로만 세상을 표현하는 창극이 시각적인 요소가 강한 경극을 만나 입체적인 전통예술로 탄생하는 듯 보였다. 우싱궈는 “판소리의 가장 큰 매력은 생명력과 안에서부터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외침”이라며 “판소리의 내적인 요소를 경극의 시각적인 요소로 표현하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다. 기존의 청각적 감동이 경극을 통해 시각적으로도 드러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통 공연이 위기를 맞은 이 시대에 두 장르가 만나 어떤 시너지를 만들까. 이 감독은 “엊그제 연습실에서 처음으로 소리와 경극의 몸짓을 결합해 연습하는 걸 보면서 경극과 창극이 만나 벌써 무엇이 벌어졌고, 무언가가 새로 탄생하는구나 하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4월5~1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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