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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두다멜 ”아이들과 함께 하면 음악가 꿈꾸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등록 2019-03-17 15:59수정 2019-03-17 20:15

구스타보 두나멜 내한
‘엘 시스테마’로 세계적 지휘자 성장한 두다멜
엘에이 필 창립 100주년 기념 내한 연주회
대표작 말러 교향곡 1번으로 큰 감동 선사
한국의 ‘엘 시스테마’ 연주자들과 리허설도
엘에이 필하모닉 음악감독 구스타보 두다멜. 마스트미디어 제공
엘에이 필하모닉 음악감독 구스타보 두다멜. 마스트미디어 제공
베네수엘라의 청소년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가 낳은 스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38)이 엘에이(LA) 필하모닉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페스티벌 공연은 1919년에 창단한 엘에이 필이 100주년을 기념하는 월드투어의 일환이다. ‘두다마니아’ 같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팬층을 거느린 두다멜이 엘에이 필 음악감독을 맡은 지도 어느덧 10년이 됐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첫 공연은 두다멜의 매력이 2부에서 터졌다. 2004년에 구스타프 말러 지휘상을 수상하기도 한 ‘말러 전문가’ 두다멜은 말러 ‘교향곡 1번’을 지휘했다. 그가 2009년 엘에이 필 취임 연주회에서 연주했던 곡이다. 관객들에게 가장 친숙한 말러 교향곡 중 하나로, 두다멜은 이 곡을 마치 하나의 악기로 연주하듯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평이하게 시작했던 1악장을 지나 곡의 핵심인 4악장으로 가면서 모든 음표에서 생동감이 느껴졌고, 피날레로 향해 갈 때 일어선 7명의 호른 연주자를 비롯한 관악 파트의 연주가 특히 매끄럽고 두드러졌다. 춤을 추듯 지휘하는 두다멜의 뒷모습에선 그가 이 곡을 얼마나 즐기고 사랑하는지 느껴졌는데, 음악을 사랑한 빈민가의 곱슬머리 아이였던 그의 이력이 겹쳐지면서 그 모습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엘에이(LA) 필하모닉 음악감독 구스타보 두다멜이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지휘를 하고 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엘에이(LA) 필하모닉 음악감독 구스타보 두다멜이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지휘를 하고 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공연 하루 전인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두다멜은 말러 ‘교향곡 1번’을 16살 때 처음 지휘해봤다고 말했다. “10대 때부터 이 곡을 100회 이상 지휘했어요. 연주할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비전을 발견했던 어린 시절을 마주하게 돼요. 이 작품에는 ‘거인’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는데, 내가 거인 같다고 느껴지는 에너지가 담겨있어요.”

살사밴드 멤버인 아버지와 합창단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두다멜은 클래식이 아닌 살사의 영향 아래서 자랐다. 엘 시스테마를 통해 14살 때 처음 지휘를 접한 그는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17살 때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 됐다. 23살 때 독일 본 베토벤 축제 폐막 콘서트에서 몸이 아픈 지휘자 프란스 브뤼헨을 대신해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게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어려운 환경에서 세계적인 지휘자로 성장한 두다멜은 “음악은 마법 같은 것으로 음악이 우리를 지배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살사든 클래식이든 음악엔 경계가 없다. 음악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고, 아이인 나에겐 선물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과 음악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말러 교향곡을 연주한 이 날 낮에는 그가 내한 기간에 기대하는 연주로 꼽은 ‘꿈의 오케스트라’(한국판 엘 시스테마)와의 리허설이 열렸다. 엘에이 필과 함께 내한한 엘에이 유스 오케스트라(엘에이판 엘 시스테마) 단원 15명과 꿈의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해보는 시간이었다. 두다멜은 “길지 않은 인생에서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작업하는 특권을 가지게 됐다. 유스 오케스트라(청소년 연주자들)와 함께할 때면 고향에서 음악가를 꿈꾸던 시절, 음표들과 씨름하던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면서 유스 오케스트라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1975년 11명으로 시작해 40만명 이상의 아이들이 혜택을 본 엘 시스테마는 여러 나라에 영향을 줬지만 현재 베네수엘라에선 경제 위기로 멈춘 상태다. 두다멜은 “제 조국이 겪고 있는 끔찍한 시간이 지나고 (아픔을) 치유하는 데 음악이 도움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엘 시스테마 정신”이라면서 “베네수엘라처럼 사회가 불안정할 때 음악이 분노와 불안을 치유하는 다리가 돼야 하고, 그것이 예술가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의 도시를 대변하는 악단답게 엘에이 필은 17일에 영화 <죠스> <해리포터> 등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존 윌리엄스의 영화음악 공연을 연데 이어 오늘 실내악 공연으로 페스티벌을 마무리한다. 유자 왕과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협연자로 나서 브람스 ‘피아노 콰르텟 1번’, 슈트라우스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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