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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존재 이유 잃고 힘겨울 때 목련꽃이 말을 걸어왔어요”

등록 2019-03-27 20:26수정 2019-03-27 20:27

[짬] 개인전 여는 청주 사진가 지용철씨
청주에서 나고 자라 살고 있는 사진가 지용철씨는 3월27일 개막한 사진전 <목련>으로 난생 첫 서울 나들이를 하고 있다.
청주에서 나고 자라 살고 있는 사진가 지용철씨는 3월27일 개막한 사진전 <목련>으로 난생 첫 서울 나들이를 하고 있다.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시처럼 노래처럼 완연한 봄을 상징하는 꽃, 목련만 찍어온 사진가가 있다. 6년 넘게 찍은 작품으로 사진전 <목련>을 열고 있는 지용철(51)씨가 그 주인공이다. 27일~4월 9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나우에서, 4월16~21일에는 그가 평생 살아온 청주의 숲속갤러리에서 이어 전시를 한다. 두번째 사진집 <목련>(류가헌 펴냄)도 출간했다.

전시 준비 막바지에 여념이 없는 지씨와 지난 2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지난해 봄 이맘 때 전시를 하기로 마음 먹고 1년간 준비했다. 지금 청주에는 이제 막 목련이 피기 시작했다. 서울 전시 개막도 목련의 개화 시기와 맞추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2013년 봄 가족 이별 등 겪으며 방황
시들어가는 목련에 끌려 찍기 시작
7년만에 첫 서울 나들이 사진전 ‘목련’
“나처럼 그리운 사람 떠오르게 되길”

물리학 전공 20년째 전기안전관리업
“한가지만 찍지만 취미니 지겹지 않다”

그가 처음 목련을 찍기 시작한 것은 2013년 봄 무렵, ‘부모님 별세’ 등 한꺼번에 닥친 개인적인 아픔으로 “존재 이유를 잃고 무너져 내릴 때”였다. 집에 바로 들어가질 못하고 아파트 주변을 겉돌았다. 그러다가 목련이 눈에 들어왔다. 그해 목련의 마지막 꽃이 떨어질 때까지 날마다 지켜봤고 사진을 찍었다. 그다음 해 봄을 기다렸다. 그는 “그렇게 세 번의 봄에 목련을 만나고 나니 ‘이 정도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 충분히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꽃에서 내 모습이 보이더라. 내가 꽃이더라. 내 정체성이 드러난다 싶었다. 그 이듬해인 2016년 봄에 처음으로 사진집 <목련>(정인출판 펴냄)도 내고 청주에서 첫 사진전도 열 수 있었다”라고 했다.

그런데 그때까지 지씨가 찍은 목련 사진은 지고 있거나 시든 모습들을 담고 있었다. 일부러 시든 모습만 찾은 것인지 물었다. 아니라고 했다. 그는 첫 해 목련을 찍다가 꽃 속에서 자신의 모습 같은 것이 보여 놀라기도 했고 싫었다고 했다.

“그런 경험 없는가? 스마트폰으로 뭘 찍다가 잘 못 눌러서 카메라 방향이 전방으로 바뀌면서 자신의 얼굴이 화면에 갑자기 튀어나왔을 때의 기분. 맨 처음엔 놀라서 1주일 동안 카메라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꽃의 어두운 모습이 나를 닮았다는 생각을 점차 하면서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사오년쯤 지나니까 밝은 모습이 점차 렌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꽃도 피고 지는 것이고 다음 해 봄엔 다시 피어나는 것. 나도 점차 밝아지기 시작한 것을 내가 찍은 목련을 통해서 거울처럼 들여다보면서 알게 되었다”

백목련을 찍은 지용철 사진.
백목련을 찍은 지용철 사진.
지씨는 집 근처나 회사 근처나 목련을 보면 나무마다 가지마다 특징을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20년째 전기안전관리업을 하고 있다. 출퇴근 때와 출장 때 목련을 찍는다. 청주시와 충청북도의 상징화가 모두 백목련이다. 지난 6년간 쳐다본 목련이 500그루는 넘을 것이다. 꽃이 지고 난 목련나무도 쳐다본다. ‘내년에 다시 보자’라고 했더니 꽃이 말을 걸어왔다. ‘내년 봄에 그리움이 시작되는 곳으로 오라’고.”

서울 전시의 의미에 대해 지씨는 “내가 청주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여기서 다녔고 직장생활도 여길 벗어나질 못했다. 바깥 출입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나도 그렇고 내 사진도 집 밖에 잘 안 나간다. 지난해 포항의 ‘송도 사진 페스티벌’에서 작품 몇장 걸었던 것이 첫 외출이었다.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교회 장로님이었는데 이청담 스님의 책을 추천했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로 기억하는데 그걸 읽고 사춘기 어린 마음에 뜻한 바 있어서 가출을 했다. 서울 청량리역 인근에서 하룻밤 자고 돌아온 것을 빼면 이번 전시가 사실상 첫 서울 나들이다. 지난해 봄에 ‘이제 바깥출입을 해보자’고 결심한 것이다. 내가 많이 편해졌다는 뜻이다. 또한 나에게 힘을 주고 희망을 주자는 뜻에서 한 달 월급 안 받는다고 생각하고 전시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자목련을 찍은 지용철 사진.
자목련을 찍은 지용철 사진.
목련만 찍으면 지겹지 않을까? “초등학교 6학년 때 셀프타이머로 가족 사진을 찍을 때부터 지금까지 사진은 취미다. 사진이 직업이라면 이렇게까지 못했을 것이다. 즐기면서 놀면서 찍으니 앞으로도 계속 취미다. 지겨우면? 커피 한 잔 마시고 또 카메라 들고 놀면 된다. 노는 것이 지겨울 리가 없다. 목련 사진 자체의 변화에 관해 묻는 것이라면 내 전시나 책을 꼭 보길 권한다. 내가 변화를 주지 않아도 흐린 날, 바람 부는 날, 비 오는 날이 모두 다르다. 목련은 스스로 변화를 하더라. 같은 가지라도 해마다 꽃이 피는 위치와 크기가 달라진다.”

처음 만날 서울 관람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치유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마음이 전달되면 좋겠다. (관객들이) 내가 찍은 목련을 보다가 각자 그리운 사람이 떠오르게 되길 바란다.” (02)725-2930.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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