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샘표 우리맛연구팀 최정윤 팀장 등
최정윤 팀장(왼쪽부터), 김애진 연구원, 안형균 연구원.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요리사 등 전문연구원만 21명
최근 봄나물 15종 보고서 내
산지 60곳 찾은 거리만 5만㎞
간편한 조리법 연구에도 힘 쏟아 “우리맛 본질은 식물성 재료” 봄나물을 연구하려면 먼저 땅을 찾아야 했다. 식재료와 식문화를 연구하는 안형균 연구원은 ‘발품’을 맡았다. 봄나물 산지 60여 곳을 오간 거리만 5만㎞에 달한다. 처음엔 “살 것도, 팔아줄 것도 아니잖냐”며 문전박대하던 일부 생산자도 이내 두손 꼭 잡으며 “봄나물을 잘 알려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노지에서 눈·비·바람을 맞아 맛과 향이 강한 게 참냉이, 비닐막 속에서 큰 탓에 초록색을 더 띠면 풀냉이라고 알려준 것도 이들 농부다. 봄나물은 ‘쓰다’는 딱지를 떼는 게 다음 단계였다. 김애진 연구원은 기기 분석 등을 거쳐 흙 향, 허브 향, 쏘는 향, 바다 향 등을 찾아냈다. 기기가 채울 수 없는 부분은 요리사들의 ‘관능’에 기댔다. 그는 “고수 대신 참나물로 살사를 만들고, 박하향 나는 곰취를 칵테일에 얹은 건 모두 요리사들 혀끝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간편한’ 조리법 개발도 연구팀이 주력하는 부분이다. 최 팀장은 팬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나물요리법을 소개했다. 팬에 물과 나물을 올리고 끓은 물은 버린 뒤, 양념만 올려 졸이면 ‘볶은 나물’이 완성된다. 데치거나 물기를 짤 필요가 없고 조리 도구도 팬 정도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짜파게티 끌일 줄 아는 정도면 충분합니다.”(최 팀장) 안 연구원은 이른바 ‘레인지 업’ 가능한 채소 요리도 있다고 거들었다. 새송이버섯은 수분이 많기 때문에 전자레인지에 통째 넣어도 저절로 익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원리만 이해하면, 복잡한 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연구 중심 주제는 ‘땅의 채소’(2016년·한국인이 많이 먹는 채소 11종), ‘산의 채소’(2017년·나물과 버섯), ‘바다의 채소’(2018년·해조류)로 옮겨갔다. 올해는 식물성 재료 연구에 더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식재료와 어울리는 소스인 장을 찾는 ‘장 페어링’ 연구도 이어갈 방침이다. 한식 형태의 전통적인 집밥보다는 간편식이나 배달 음식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우리맛 중심’ 요리라는 구호는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사람을 즐겁게 하는 밥상이 좋은 밥상이라고 봐요. 맛있고 건강할 때 즐겁겠죠. 간편식이 인기를 끌지만, 요리사만큼 요리를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어요. ‘즐거운 밥상’을 찾는 소비자가 있는 이상, 저희도 계속 연구할 겁니다.”(최 팀장)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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