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포연은 멈췄으나 적대와 대립의 고삐는 늦춰지지 않았다. 1953년 군사정전협정 체결 직후 남한에서 가장 처음 세워진 감시초소인 강원도 고성 수동면 덕산리의 동해안 지피(GP)는 ‘한반도의 끝나지 않은 전쟁’을 최전선에서 수행하는 건물이었다. 1953년에 만들어진 최초의 지피라는 의미 외에도 북한 감시초소와 최단거리(583m)에 세워져 있어 냉전을 상징하는 대표적 구조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반도에 화해의 훈풍이 불면서 고성 지피도 운명이 바뀌었다. 문화재청은 8일 고성 동해안 감시초소를 문화재로 등록예고한다고 밝혔다.
4·27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 지난해 이뤄진 9·19 군사분야 합의에 따라 남북은 비무장지대 안에 감시초소(GP)를 전부 철수하기 위한 시범적 조치로 상호 1km 이내 근접해 있는 남북 감시초소들을 철수했다. 남한 정부는 초소 11곳을 철수하면서 ‘시대의 증언자’라는 고성 감시초소의 의미를 고려해 지난해 11월 병력과 화기만 철수하고 원형은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북한도 철원의 감시초소 한 곳을 그대로 남겼다.
문화재 등록 대상 지역은 초소 일대 300㎡ 규모로 전방 감시를 위한 망루가 있는 상층부와 내무반·식당 등이 있는 하층부로 나뉘어 있다. 동해안 초소는 상징적 의미에 더해 경관적 가치도 뛰어나다. 초소 망루에 올라서면 금강산 자락과 9명의 신선이 노닐었다는 해금강의 구선봉을 볼 수 있으며,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의 무대가 된 호수 ‘감호’도 내려다볼 수 있다. 문화재청 쪽은 “동해안 초소는 유엔사 관할 지역이고 건물은 국방부 소유”라며 “유엔사·국방부 등과 협의해 평화적 활용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밖에 김구·이시영 등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 23인이 귀국 하루 전인 1945년 11월4일 중국 충칭에서 모여 감회와 포부를 필적으로 남긴 ‘대한민국 임시정부 환국기념 23인 필묵’, 1934년 동해남부선에서 최초로 완공된 역사인 ‘부산 구 동래역사’,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세종시 조치원읍의 ‘세종 구 산일제사 공장’(건립연대 미상) 등도 문화재로 등록예고했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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