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서 만난 음악인 정태춘]
올 초 시작된 ‘40 프로젝트’ 전시
‘막글’이라 폄하하는 붓글 밑으로
현대 문명 비판하는 아픈 덧글이
“인간 문명 정당성에 동의 안 해
작품 빌어 스스로에게 ‘여길 떠나라’
패잔 유배지에서라도 깃발 흔들고파”
올 초 시작된 ‘40 프로젝트’ 전시
‘막글’이라 폄하하는 붓글 밑으로
현대 문명 비판하는 아픈 덧글이
“인간 문명 정당성에 동의 안 해
작품 빌어 스스로에게 ‘여길 떠나라’
패잔 유배지에서라도 깃발 흔들고파”
정태춘씨가 18일 오후 데뷔 40주년 기념전 <다시, 건너가다>가 열리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사회와 삶을 바라보며 느낀 생각을 노래가 아닌 화폭에 담은 ‘붓글’의 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누구 하나 빠져나갈 수 없는 현실
앞으론 조용하게 소진되자고 느껴” “요즘 이 사람이, 자기가 아이돌 못지 않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고 말해요.” 가수 박은옥씨가 남편인 가수 정태춘씨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난 18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정태춘씨를 인터뷰한 뒤에 박은옥씨가 합류해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였다. 정태춘(이하 존칭 생략)도 그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부부의 가수 활동 40주년을 기념하는 ‘40 프로젝트’가 올 초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 정태춘은 “셀 수도 없이 많은” 인터뷰를 했고, 두 개의 텔레비전 음악 방송 특집에 출연했으며, 생방송 뉴스에 나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나는 다 잊혀진 사람인데 왜들 이러실까 싶다”고 그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40 프로젝트’는 기념 음반 발매, 가사집을 겸한 노래 에세이와 시집 등 출판, 전국 순회 공연, 전시, 학술 심포지엄 등 다채로운 형식으로 올해 내내 이어진다. 세종미술관에서는 12일부터 29일까지 ‘다시, 건너간다’라는 이름으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다시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강요배·이철수·임채욱·홍성담 등 미술인 50여명이 참여한 트리뷰트 전시와 정태춘 자신의 ‘붓글’ 전시가 그것이다. 전시장에서는 거의 매일 정태춘 자신이 참여하는 토크쇼와 후배 가수들 공연, 강연 등이 이어진다. 18일 오후 인터뷰도 전시장에 딸린 행사장에서 공개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됐다. 토크쇼에 앞서 정태춘은 관람객 십여명을 안내하며 자신의 붓글 작품을 설명했다. “공부 삼아 천자문을 쓰기 시작했는데 한시가 나오더군요. 그런데 한시로는 사람들과 소통이 잘 안 되니까 한글로 바꾸게 되었어요. 처음엔 펜글씨로 시작했는데, 손에 문제가 생겨서 붓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붓글’의 탄생이다. 서예나 캘리그라피를 따로 배운 적은 없다. 그저 내키는 대로 썼다. “글씨 자체는 막글이지만, 그것으로 내 얘기를 했더니 어떤 평론가는 현대판 문인화로 볼 수 있다는 말도 하더군요. 허허.” 가령 이런 식이다. 스스로는 막글이라 폄하하지만 멋들어진 회화체로 ‘노래’라는 굵은 붓글씨를 쓰고는 그 아래에 얇은 글씨로 덧붙였다. “마음이 부르지 목이 부르나”. 글씨 옆에는 연한 먹선과 붉은 점으로 기타를 그려 넣었다. 제목 또는 주제에 해당하는 큰 글씨와 그것을 부연설명하는 작은 글씨로 된 문장이 붓글의 일반적인 형식이다. “작년 여름에 붓글을 집중적으로 썼어요. 이 작품을 비롯해 ‘노래’에 관한 몇 작품을 쓰고 나니까 ‘아, 이제 붓글을 나의 작업으로 삼을 수 있겠구나’ 싶더군요. 결국 나는 말을 하는 사람이었던 거죠. 노래를 만들지 않게 되면서 가죽 작업도 하고 사진도 찍어 봤지만, 역시 나는 텍스트로 나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정태춘씨가 18일 오후 데뷔 40주년 기념전 <다시, 건너가다>가 열리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미술가 임채욱의 작품 ‘정박 1901’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정태춘씨가 18일 오후 데뷔 40주년 기념전 <다시, 건너가다>가 열리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자신의 붓글 작품 ‘뚝 터졌다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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