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고구려의 서북쪽 거점이던 중국 만주 랴오닝성 덩타시 백암성터에서 10년전 고구려 비석편이 발견된 것으로 밝혀졌다. 박대재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최근 백암성터를 답사하면서 유적 안내판과 2010년 발간된 <중국고고학연감>을 살펴본 결과 2009년 7~12월 랴오닝성 문물고고연구소가 성벽 서남쪽을 조사하다 글자가 새겨진 고구려석비조각 1점을 발굴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박 교수가 이날 한국고대사학회 누리집에 공개한 유적 약보고문과 석비의 사진 등을 보면, 석비편에는 고구려 고위관직명인 '대형(大兄)'과 성씨명으로 추정되는 '맹(孟)', 연도를 나타내는 간지명인 '경신(庚申)' 등의 글자가 해서체로 새겨진 것이 뚜렷하게 보인다. 역사서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양원왕 3년인 547년에 개암성을 개축했다는 기록이 전해져 그 뒤의 경신년에 해당하는 600년 혹은 660년에 비석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성벽 부근에서는 고구려 집터와 더불어 막대한 분량의 고구려 기와조각들도 수습됐다고 한다. 박 교수는 약보고문에서 “2010~2016년 백암성터의 후속 발굴조사를 벌여 해서체 글자를 새긴 또다른 석각편과 고구려 집터, 토광묘 등을 발견한 사실이 현지 학계에 보고됐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있다”면서 “국내학계가 조속히 세부자료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